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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행수신 ‘사상최대 감소’

지난달 은행수신이 사상최대로 줄어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인하로 은행 상품의 매력이 떨어졌고, 금융당국의 예대율 규제로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같은 시장성 예금상품을 기피했기 때문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수신은 16조2000억원이 감소했다. 이는 해당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은 것이다.

세부별로 보자면 CD에서 9조6000억원이 감소했으며, 수시입출식에서 8조3000억원, 은행채에서 5000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만, 정기예금에서 4조원이 들어왔지만, 2월에 14조8000억원이 유입됐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줄어들은 셈이다.

김현기 금융시장국 통화금융팀 차장은 "아마 이전 것까지 포함한다고 하더라도 사상최고 감소폭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은행수신이 줄어들은 것은 예대율 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예대율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 CD 유치에 적극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차장은 "직접적인 영향은 아무래도 예대율 규제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이 CD가 만기했음에도 신규발행에는 소극적이었던 것으로 보이며, CD 잔액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예대율은 예금잔액을 대출금잔액으로 나눠 백분율로 표시한 것으로 은행의 자산구성의 정도를 나타내기 때문에 은행 경영상 중요시되는 비율이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은 2013년까지 CD를 제외하고 평잔기준으로 예대율을 100% 이하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은행들은 정부의 예대율 규제에 맞추고자 예금잔액에 해당하는 정기예금을 늘리고, 이에 해당하지 않은 CD발행을 줄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CD에 대한 수요를 정기예금으로 전환한 셈인데, 특히 최근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다보니 자금이 넘치는 은행 측이 CD를 쉽게 줄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울러 한은은 수시입출식이 큰 폭으로 줄어들은 것은 법인세 납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12월 결산법인확약분을 지난달까지 납부해야 했기 때문에 수시입출식이 줄었다는 설명이다.

은행수신과 달리 자산운용사의 수신은 전월에 이어 지난달 6조1000억원 늘었다. 머니마켓펀드(MMF) 및 채권형 펀드가 정기금리 하락에 따른 상대적인 금리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법인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한은은 설명했다. MMF에는 7조4000억원이 유입됐으며, 채권형펀드에는 1조8000억원, 신종펀드에는 1000억원이 들어왔다.

다만, 주식형펀드에서 2조8000억원이 빠져나갔고, 혼합형펀드에서도 4000억원이 유출됐다. 주식형펀드의 경우 최근 코스피지수가 1700대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 사이에서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얻으려고 대규모 환매를 시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지난달 가계 대출은 2월 2000억원이 줄어들은 데서 반등, 1조9000억원이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의 금리가 하락하고 입주·분양물이 늘어나면서 주택담보대출에서 1조7000억원의 대출이 이뤄졌다.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일반대출은 3000억원 늘었으며, 이와 관련해 한은은 은행이 우량고객에 대한 신용대출을 확대하려 노력했고, 설 연휴시 카드 이용대금 결제가 늘어나며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3월중 은행 기업대출은 2월 2조9000억원이 늘었던 것과 달라 3월에는 1조1000억원이 늘어나며 증가규모가 축소됐다. 중소기업의 대출은 7000억원, 대기업은 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중소기업대출은 우량기업의 자금수요 저조, 전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상환의 이연, 분기말 부실채권 정리 등으로 소폭 증가했다"며 "대기업대출은 분기말 부채비율 관리 등으로 증가규모가 줄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