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발생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의 시신이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 도착한 11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 곳곳에서 애도 물결이 일었다.
이날 오후 바르샤바 공항에 도착한 대통령의 시신은 도날드 투스크 총리, 대통령 권한대행인 코모슬라브 코모로브스키 하원의장와 유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애도 행사가 끝난 뒤 시내 간선도로를 따라 대통령궁으로 향했다고 AP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이날 보도했다.
투스크 총리와 모로브스키 의장은 이날 정오 전국에서 2분간 실시된 묵념의식 동안 국회의사당 앞에 촛불을 내려놓으며 희생자들에 대한 깊은 애도를 표시했다.
대통령궁 주변에는 사고가 난 전날 저녁부터 수천명이 모여 폴란드 국기를 상징하는 빨간, 흰 장미를 헌화하거나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도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정부는 유가족들의 협의를 거쳐 장례 절차에 들어갈 예정인데 장례식은 망자의 고향인 그단스크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폴란드는 당초 오는 10월 대통령 선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대통령 유고사태를 맞아 6월 중·하순쯤 대선을 치르게 됐다.
코모로브스키 대통령 권한대행은 곧 대선일정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폴란드 헌법에 따르면 하원의장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시작하는 날부터 14일 이내에 선거일정을 공표해야 하며, 공고일부터 60일 이내 대선을 치르게 돼있다.
현재로선 코모로브스키가 차기대통령으로 가장 유력시된다. 그는 이미 지난 3월 투스크 총리가 이끄는 시민강령(PO)의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상태다.
올해 58세인 코모로브스키는 당의 1970~1980년대 공산체제하에서 수차례 체포, 수감된 적이 있으며 자유주의적 경제정책노선을 취하고 있다. 10월 대선에서 코모로브스키와 경쟁을 벌일 예정이었던 고 카친스키 대통령은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지지율이 크게 뒤처져 있었다.
하지만 반러시아 애국 정서가 강한 폴란드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하면 카친스키 대통령의 쌍둥이 형인 야로슬라브 카친스키 전 총리가 이번 사태로 ‘법과 정의당’을 장악해 6월 대선에서 반전을 이끌어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