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8일 오전 9시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하고 현재 연 3.25%인 기준금리의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달 11일 금통위는 금리를 3.50%에서 3.25%로 0.25%p 낮추며 3년 2개월 만에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섰다.
이제 금통위는 한 달 만에 다시 금리를 떨어뜨려 통화 완화에 속도를 낼지, 아니면 동결하고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기를 기다릴지 결정해야 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5∼20일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절대다수인 83%가 동결을 예상했다.
이처럼 시장에서 전반적으로 금통위가 금리를 묶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것은 무엇보다 최근 불안한 환율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재선 이후 미국 물가·금리 상승 기대 등을 업고 뛰기 시작해 지난 13일 장중 1,410원 선을 넘어 2년 만에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이후에도 크게 내리지 않고 1.400원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여기에 기준금리까지 추가로 낮아지면 달러화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가 더 떨어져 1,400원대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금통위가 쉽게 금리 인하를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속도와 폭이 당초 예상과 달리 축소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동결론의 근거다.
미국이 서두르지 않는데, 한은만 인하에 속도를 내면 기준금리 격차(현 1.50%p)가 더 벌어져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가능성만 커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환율보다 경기나 성장이 우리나라 경제에 더 시급한 과제인 만큼, 더 늦기 전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낮춰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경기 둔화가 뚜렷해지는 국면에서 인하 주장에 힘이 더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하 부작용으로 거론되는 원/달러 환율 상승, 금리 격차 확대 등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의 금리는 미국보다 낮은 수준이 뉴노멀(새 기준)인 상황으로 접어들었다"며 "원화 가치도 다소 더 떨어진다 해도 국내 금융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들은 이날 한은이 수정 경제 전망도 발표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한은은 수출 둔화와 내수 부진 등을 반영해 올해 성장률을 기존 2.4%(8월)에서 2.2∼2.3% 정도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만약 내년 성장률로, 2.1%였던 전망치가 1%대로 내려갈 경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한은이 뚜렷한 경기 하강을 인정하면서도 금리를 동결해 부양을 미룬다면 논리상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하론과 동결론 모두 현시점에서 충분한 명분과 근거를 갖춘 만큼, 이날 어느 쪽이라도 금통위원 '만장일치' 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울러 이 총재가 오전 11시께부터 시작되는 기자 간담회에서 낮아진 한국 경제 성장률, 1.400원대 환율, '트럼프 2기' 정책 위험 등에 대해 어떤 진단을 내릴지, 그에 따라 어떤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