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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들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 실질적 소비의 중심인 주부들이 이제는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며 홍보하는 일을 도맡아 하기 시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찾아보기 힘든 광경이지만 지금은 자신의 힘으로 직접 자신이 사용할 제품의 기획에 참여하고, 느끼고, 또 공유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주부들을 대상으로 홍보대사 또는 기획 단계에까지 관여하는 프로슈머 모집에 한창이다.
막대한 자금과 노력을 들여 새 제품을 출시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실제 소비자들의 참여와 입소문 확산이 브랜드의 성공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에 주부들을 위한 구애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생활가전브랜드 리홈(대표 이재국)은 지난 12일 신제품 '쥬얼리' 시리즈 4종 출시를 기념하며 '쥬얼리 리뷰 기자단' 발대식을 가졌다.
리뷰 기자단은 '쥬얼리' 시리즈를 직접 사용하면서 쾌속잡곡 기능 사용후기 및 플래티넘 다이아몬드 내솥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등 리홈 기자단으로서 리뷰 활동을 하게 된다.
친환경 세제 브랜드 '파파야플러스'는 지난 10일 6개월간 브랜드를 대표할 홍보대사를 모집했다. 파파야플러스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고 자신의 블로그에 후기 및 나만의 사용방법, 다양한 응용 등의 지혜와 노하우를 올린 후 홈페이지 게시판에 링크한 주부들 가운데 선발한 것.
홍보대사는 총 10명을 선발했으며, 이들은 제품의 모니터링를 비롯해 온·오프라인을 통한 홍보, 관련상품 시장에 대한 조사 등의 역할을 할 예정이다. 또한 이들 중 우수 활동자는 별도의 특전도 부여할 계획.
'태평양제약'은 주부 프로슈머 '아토베리어' 2기의 선발과 활동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아토피성 피부용 전문 보습제인 아토베리어를 직접 체험하는 한편 온라인 홍보와 입소문 마케터의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아토베리어는 18대 1의 높은 경쟁률로 선정됐으며, 아토피 자녀를 둔 주부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LG하우시스는의 인테리어 브랜드 '지인(Z:IN)'은 최근 주부 프로슈머 '지엔느'의 4기 발대식을 가졌다. 올해 선발 인원까지 합하면 약 100여명이 지엔느를 거쳐가는 셈. 이들은 디자인, 컬러매칭 등 제품 개발의 전 과정에 직접 관여해 신제품까지 출시했으며, 시장조사 및 온·오프라인 활동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펼친다.
비슷한 시기 금호석유화학의 친환경 건축자재 브랜드 '휴그린'에서도 주부 프로슈머 '휴리더스클럽'의 1기 발대식을 가졌다.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주부 15명을 선발한 휴리더스클럽은 제품개발부터 출시까지의 실제 업무에 참여하게 된다. 또 다양한 프로그램에 초대돼 미션을 수행하고 평가를 받는다.
그밖에 '경기도시공사'는 3기 프로슈머 발대식을 올해 초 가진 바 있다. '자연&주부' 프로슈머 10명과 홍보 프로슈머 6명 등 총 16명이 선발돼 주거 아이디어·트랜드 조사·모니터링 등의 활동을 진행한다. 홍보 프로슈머는 올해 처음 신설 돼 다양한 사업활동을 알리는데 일조하게 된다.
주부 홍보대사와 프로슈머 마케팅이 각광을 받는 것은 달라진 여성들의 위상을 대변하면서, 기업들의 여성들의 섬세함과 어머니로서의 모성을 제품 개발에 반영하고자 하는 적극적 의지로 읽혀진다.
우선 가정 소비생활의 주체가 바로 주부라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면서 가족건강을 챙기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주부다. 따라서 주부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그들을 직접 마케터로 참여시켜 생생한 아이디어를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가정에서 또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단지 여권신장의 측면뿐 아니라 여러 가지 능력에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어떤 제품을 구입하게 될 때도 주로 주부들의 입김이 더 영향력을 발휘하는 형태로 흔히 나타난다.
끝으로 주부들의 막강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기대가 있겠다. 단순한 수다에서 이제는 생활 상식·육아·교육 등 다양한 방면으로의 소통이 주부사회의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것. 이들 가운데 오피니언리더 역할을 하는 여성의 경우 주변인들에게는 무한한 정보의 샘이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훌륭한 홍보대사 노릇을 하게 된다.
오기환 파파야플러스 마케팅팀장은 "가정·생활용품의 경우 품목 특성상 주부들의 입소문에 크게 의지하게 된다”며 “주부 프로슈머는 단지 주부들을 활용하는 차원뿐 아니라 그만큼 품질에 대해 자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 홍보대사가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가족의 행복지킴이 주부들을 내세우는 홍보대사 마케팅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