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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검사' 진정인 조사 내일 재개

 '스폰서 검사' 의혹을 제기한 건설업자 정모씨에 대한 진정인 조사가 3일 재개되는 가운데, 정씨로부터 향응 등을 제공받은 전·현직 검사들의 소환 시기가 예상보다 늦춰져 이번 주 후반께 이뤄질 전망이다.

2일 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성낙인)에 따르면 진상조사단(단장 채동욱 대전고검장)은 진정인 정모씨를 2차례 불러 조사를 진행했지만, 진정 분량이 많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시간이 예상보다 오래 걸려 내주 후반에나 피진정인 자격으로 검사들을 소환한다.

정씨가 2006년 9월과 올해 2월 검찰에 제출한 진정서에 명시된 '스폰서 검사'는 모두 100여명이다. 이중 현직검사 28명이 우선 소환 대상이다. 소환조사는 대부분 서울고검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 정씨와의 대질도 이뤄진다.

현재 진정인 정씨가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해 사실관계 확인에 속도가 나고 있지만, 문제가 발생했던 접대 시점이 오래돼 정씨가 구체적으로 기억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사단은 빠른 진행을 위해 1, 2일에도 정씨를 불러 조사를 벌인 뒤 이주 초부터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정씨가 건강상 이유 등으로 조사를 거부, 3일 다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앞서 조사단은 지난달 29, 30일 정씨를 부산고검 영상녹화실로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조사단은 진정서를 날짜별로 역순으로 짚어가며 시효가 남아있는 접대 건부터 진술을 들었다.

또 정씨가 사기 및 변호사법 위반 혐의, 총경 승진 청탁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수사를 받을 때 확보했던 금융자료를 바탕으로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으나 필요에 따라서는 영장을 발부받아 계좌추적에도 나설 방침이다.

진상조사단 특히 정씨가 관급공사 대금까지 접대비로 쓴 정황을 잡고 경위를 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3∼2004년 경남 사천시에서 수해복구공사를 하고 9400여만 원을 받았지만 하청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상조사단은 당시 정씨가 빚이 6억 원이나 되고 신용불량 상태였던 만큼 하청업체에 지급해야 할 돈 가운데 상당액을 검사접대비로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씨는 이때 하청업체에 공사비를 주지 않아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정씨 진술 확인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접대 장소로 거론된 룸살롱 등에 대한 현장조사를 검토하고 있다. 정씨가 수년간 접대 내역을 상세히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5권에 달하는 일명 '스폰서 다이어리'도 꼼꼼히 살피고 있다.

한편 이번 '스폰서 검사' 파문과 관련, 정치권에 이어 검찰 내부에서도 특검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입장에서는 비록 후배라도 검찰 내부 감찰형식으로 직접 부르는 게 특검이 소환을 통보하는 것보다 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또 특검이 진행되면, 공소시효와 대가성 입증에 주력하겠지만, 조사단은 형사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인사상 불이익을 줄 확률도 높아 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이름을 밝히길 꺼려한 한 검찰 관계자도 "조사단의 활동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검찰 내부에서도 특검 도입론이 힘을 받고 있다"며 "실제로 특검을 하자는 적극적인 목소리라기보다 특검이 (검찰입장에선) 더 낫지 않느냐는 의견이 제기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