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의 원유 유출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 서해안에서 발생한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는 물론, 미국 최악의 사고였던 1989년 원유 26만배럴이 유출된 엑손발데즈호 사고 때보다 피해가 더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띠가 해안까지 밀려오자 1일(현지시간) 루이지애나, 플로리다, 앨라배마, 미시시피주 등 4개 주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달 20일 루이지애나주 해안에서 약 68㎞ 떨어진 바다에 위치한 영국 석유회사 BP의 석유시추시설 ‘디프 워터 호라이즌’이 폭발해 침몰하면서 하루 최대 5만배럴(79만 5000ℓ)의 원유가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추산됐으며, 총 유출량은 9000㎘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우려되는 건 수면 위로 떠오른 기름띠의 확산. 지난 이틀간 확산 규모는 3배로 늘었다. 한스 그라버 마이애미대 교수가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기름띠 넓이가 지난 29일 3000㎢였으나 30일 자정 무렵 9900㎢에 달했다. 이는 서울 면적(605.2㎢)의 16배에 이르는 규모다. 기름 유출량이 갈수록 많아지고, 확산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는 의미다. 미 해안경비대는 사고 해역 주변과 해안 근처에 수십㎞에 이르는 방재 펜스를 쳤지만 강한 파도와 바람에 밀려드는 기름띠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거대한 기름띠가 맥시코만의 강풍에 밀려 강한 조류를 타고 대서양 쪽으로 확산된다면 미국 습지의 40%를 차지하는 야생생물의 보고인 멕시코 연안 지역으로 접근하면서 최악의 환경 참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다양한 조류와 해양생물, 해산물이 가장 풍부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미시시피강 하구인 ‘사우스 패스’로 기름띠가 밀려올 경우 경제적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름띠 일부는 이미 미국 루이지애나 해안까지 도달했고, 플로리다주를 위협하고 있다.
기름띠가 해안까지 접근해옴에 따라 미 해양대기청(NOAA)은 멕시코 만 일대에서 어민들의 조업을 최소 열흘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조업이 금지된 지역은 미시시피 삼각주로부터 플로리다 펜사콜라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이다.
경제적 피해보다 더 우려되는 것이 환경, 생태계 파괴다. 루이지애나 해변에는 10여개의 야생동물 보호 및 관리시설이 있고, 해안에 대규모 습지지역이 형성돼 있는 생태계 보고다. 철새 이동경로가 있고, 멸종 위기를 넘긴 갈색 펠리칸 서식지도 있어 이번 원유유출 사고로 조류와 해양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
기름띠가 조류를 타고 북미지역의 유일한 산호초 군락지인 플로리타 키스제도에 도달할 경우 이 지역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피해를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경전문가들은 방재작업이 제대로 이뤄진다 해도 이번 원유유출 사고로 인한 환경피해를 원상복구하기까지는 최소 10~20년이 걸릴 것이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수면 위의 기름띠보다 수면 밑에 떠도는 기름띠가 더 큰 문제라는 전문가의 예측도 있다. 로버트 비 UC버클리대 교수는 “현재 보이는 기름띠와 비슷한 양의 원유가 수면 밑에 또 있다고 봐야 한다. 이 기름띠를 추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해저에 박혀 있는 시추 파이프들이 통제불능 상태로 망가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BP는 공식적으로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지만, AP통신은 익명의 이 회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시추지역 원유 매장량이 수천만 배럴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미국 정부는 사고 해역에 연방정부 인력 1900명과 방제선 및 항공기 300여대를 투입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 미 국방부는 루이지애나 주 정부가 방제작업에 6000명가량의 주방위군을 동원할 수 있도록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