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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우울한 월드컵 맞이하나?

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 남유럽 3국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6월 11일~7월 12일)에 축구대표팀을 출전시키는 축구 강국이다. 그리스는 조별예선 B조, 포르투갈은 G조, 스페인은 H조에서 축구강호들과 자웅을 겨룬다.

월드컵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요즘, 화려한 축구축제를 기다리는 이들 3개국의 축구팬들은 마냥 즐거워야 할 테지만 최근 이들 국가들의 속사정은 우울하기 그지 없다.

현재 이들 3개국은 공히 재정적자 심화에 따른 국가부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진원지격인 그리스는 심각한 재정적자 탓에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유럽 16개국)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아야하는 처지가 됐다.

이달 초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 무려 11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지만 긴축정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그리스의 국내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급기야 그리스 재정위기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 전염될 기세다. 포르투갈과 스페인 역시 만만찮은 재정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경제 펀더멘탈은 그리스와 큰 차이가 없다"고 설명한다.

3국 모두 내수 중심 경제구조 탓에 재정 건전화 자체가 쉽지 않다. 특히 스페인의 경우 공공부문 뿐만 아니라 민간부문의 부채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위기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박상현 팀장은 "3개국 경제와 재정상황이 개선된다는 신호가 나오기 전까지는 이들 국가의 재정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번 사태가 진정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느냐가 이번 위기의 분수령이다.

스페인은 경제규모 면에서 유로존 내 4위국이다. 이 때문에 재정리스크가 스페인까지 확산될 경우 유로존 경제는 큰 위협에 맞닥뜨릴 수 있다. 스페인마저 위기 상황에 직면한다면 유럽연합(EU) 경기가 더블딥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유로화 역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유로화 가치가 급락할 경우 전세계 주식시장에 투자된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압력도 커진다. 이 경우 세계 금융시장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이들 3개국 재정위기 우려감이 재점화된 지난 6일 국내증시(유가증권시장+코스닥시장)는 2% 가까이 급락했다. 지수 급락 과정에서 시가총액 19조7382억 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