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는 가운데 경매 물건의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은 사례가 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15일까지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78.1%로 집계돼 전달(80.8%) 대비 2.7%p낮아졌다.
4개월 연속 하락하면서 올해 처음으로 80%선이 붕괴됐다. 낙찰가가 내리막 세를 보이는 것은 실제로 가격이 하락한 점도 있지만 감정가가 입찰시점의 시세보다 높은데도 이유가 있다.
감정평가 후 시세에 변동이 생기면 감정가와 시세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기 때문이다.
경매물건의 감정평가 후 입찰까지는 수개월의 기간차가 발생한다.
감정평가는 법원에 경매가 신청된 뒤 곧 이루어진다.
감정평가, 현황조사, 이해관계인에게 경매 사실을 알리는 문서 송달 등 경매 준비 기간이 수개월 소요된 후 첫 입찰 일이 잡힌다.
통상 감정평가를 한 때부터 4~6개월 가량 시차가 생기는데 경매 진행이 길어질 경우 시차는 더 벌어지게 된다. 요즘처럼 가격 변동이 심할 때는 감정가는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게 된다.
이달만 해도 경매물건 가운데 감정가가 시세를 웃도는 사례가 많았다.
지난해 6월 22일 경매 개시된 후 3회 유찰돼 3일 입찰에 부쳐진 송파구 신천동에 롯데캐슬골드 18층 전용187.7㎡ 은 28억원에 감정됐다.
전용 187.7㎡ 현 시세는 하한 21억 2500만원, 상한 25억 5000만원 선이어서 감정가와 시세의 차이가 2억 5000만원부터 많게는 6억원까지 나는 사례다.
낙찰가는 17억 5350만원으로 감정가보다 10억 이상 낮은 가격이다.
특히 최근 가격의 낙 폭이 컸던 대형 면적의 고가 아파트의 경우 대체로 감정가가 높다. 이 아파트는 거래가 많지 않아 분양가 선에서 감정이 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감정가가 시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유형은 ▲ 감정이 오래 전에 이루어져 생기는 시차가 ▲ 거래가 많지 않아 시세를 알기 어려운 경우 ▲ 감정된 이후에 재개발, 재건축 등의 호재에 따른 가격 변동 ▲ 단지 내에 면적, 구조, 향, 대지권 등에 따른 가격이 상이하나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경매 초보자들은 감정가는 곧 시세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믿음이며, 유찰이 한번 될 때마다 한 달이 지나므로 요즘 같이 유찰이 많이 될 때는 시차가 더 벌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5월 대표적 고감정 입찰건
감정가 16억원에서 1회 유찰돼 지난 6일 경매에 나온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8층 전용 148.4㎡의 시세는 하한 13억 6000만원 상한 15억 1000만원 선. 작년 9월에 감정되고 8개월간 시세변동을 반영하지 못해 감정가가 시세보다 높다.
경기지역도 마찬가지다.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아이파크분당3차 26층 전용 153.4㎡의 시세는 12억원에서 13억원 선. 감정가 14억원에서 2회 유찰돼 지난 3일 입찰에 부쳐져 9억 1999만원에 낙찰됐다.
감정평가가 작년 3월에 이루어져 1년 2개월의 시차가 있어 감정가와 시세가 차이가 큰 탓에 낙찰가가 감정가의 64%인 9억 199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단지 15층에 전용 171.4㎡도 경매 나왔다.
감정시점이 작년 3월로 유사함에도 감정가가 12억 5000만원이다. 오히려 전용면적이 넓음에도 감정가는 1억 5000만원이 낮았다.
지난 13일에 낙찰된 용인시 수지구 송복동 푸른마을 푸르지오 14층 전용171.9㎡의 시세는 6억 8500만원에서 7억 3500만원 선. 8억원에 감정돼 시세 상한보다 높다. 감정가의 71.2%인 5억 7000만원에 낙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