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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면 미래없다… 대기업들 신수종 사업에 공격투자

IT 업계에는 ‘Dog year’와 ‘졸면 죽는다’라는 말이 유행한다. 개에게 1년이 사람의 7년과 같듯 IT업종에서 잠깐 졸아 1년을 놓치면 7년을 뒤쳐지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제는 비단 IT업계에 한정된 이야기도 아니다. 기술의 변화가 더욱 빨라지고 업종간의 벽을 허무는 융합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어느 한 곳도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지난해 최대실적을 거두었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복귀한 이유도 삼성을 대표하는 제품이 10년 안에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중견?중소 제조업체 300개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에도 이 같은 불안감이 나타났다. 이 설문조사에 참여한 기업 중 절반이 넘는 기업들이 당장 3년 이후 먹거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내 대기업들은 미래 먹거리를 위한 신수종 사업에 대한 검토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삼성, 현대차, LG,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의 신수종 사업의 투자 예상 규모는 투자기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총 8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주요 상장 대기업 20개사의 IR(기업설명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지난 3월말 현재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7조928억원이였다. 이는 작년 말에 비해 1조5천364억원(2.6%)이 줄어든 것으로 실제로 기업들이 신수종 사업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삼성그룹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 5개 신수종 사업에 2020년까지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LG전자도 올해를 '그린(Green) 경영'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2020년까지 20조원을 투자하는 등 친환경 경영에 돌입했다.

또한 포스코는 2018년까지 연료전지를 비롯한 신수종 사업 등에 17조원을 투자한다는 청사진을 내놨으며, 현대ㆍ기아차도 '그린카 4대 강국' 진입을 위해 그린카 개발에만 4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그밖에 SK는 태양전지 등 미래 성장 동력에 8조원을 투입하고, 한화는 1조3270억원, GS는 2조3000억원, 두산은 1조5000억원, STX는 1조2000억원, 현대중공업은 4017억원을 각각 신수종 사업에 투입한다.

대기업들의 이 같은 신수종 사업들을 종합해보면 미래사업의 테마는 역시 ‘융합’과 ‘그린’이다.

기존의 전력생산과 유통에 IT기술이 접목시킨 ‘스마트그리드’ 사업 등으로 대표되는 이종산업간 장벽을 없애는 융합기술과 사업모델 개발이 ‘융합’이라는 테마를 대변한다. ‘그린’은 자원고갈 문제와 환경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 사업과 친환경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태양전지나 전기차, LED 조명사업이 이에 속한다. 여기에 건강을 위한 첨단 의료장비나 신약개발 등 헬스케어 사업들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러한 신수종 사업은 기업의 미래뿐 아니라 국민들의 삶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당장 기업의 투자확대는 실업난으로 시름이 깊어져만 가는 청년들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전반적인 수익확대로 인한 선순환 작용으로 경기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전자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출 호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룹들이 앞다퉈 신수종 사업 발굴에 나선 것은 현재에 만족하고 정체하면 무너진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는 대단히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