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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들, 하반기 경영전략 새판 짜야하나

세종시 투자 방침을 세워 놓고 있는 기업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경영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하반기에는 유럽발 재정위기의 확산과 세계 각국의 출구전략 채택 가능성 및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기업경영 환경이 불투명한데다 특히 지방권력이 야권으로 넘어가면서 세종시 수정안과 4대강 사업 등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각종 국책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시 투자 방침을 세워놓은 기업들은 세종시 사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영전략에 반영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경영전략을 새롭게 마련해야 할 기업들은 지방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그룹은 세종시에 165만㎡ 규모의 부지를 확보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5개 계열사를 통해 내년부터 2015년까지 순차적으로 차세대 전지와 LED, 첨단 의료 기기 등 총 2조5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었다.

이를 반영, 삼성전자는 하반기의 경영방침을 위한 '반기 글로벌 전략회의'를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겨 이달 말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열기로 했다. 삼성은 “정치권의 향배를 지켜봐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 속에서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대체 용지도 적극 검토 중이다. 특히 삼성은 LED 조명 생산설비 건설은 당장 시급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대안 마련에 적극적이다.

이 회의는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경영환경에 영향을 미칠 새 변수들을 반영해 연초 수립한 하반기 경영계획을 보완하는 성격을 띄고 있으나 이번 회의에서는 세종시 투자문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 전망이다. 회의에는 최지성 사장과 이재용 부사장 외에 주요 해외 법인장 등 4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세종시에 1조3270억원을 투자해 태양전지공장, 국방미래연구소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한화그룹도 “정부의 공식 발표가 없는 만큼 변한 것은 없다”면서도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1000억원 규모의 식품바이오연구소를 설립키로 한 롯데와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 공장 설립 등에 투자 계획을 밝힌 웅진그룹 역시 마찬가지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세종시 사업의 향방이 불투명해지면 구체적인 투자 집행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현지 실사 등을 진행하기도 어려워서 해당 기업들은 속을 태울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이 지지부진해질 경우를 대비해 기업들이 이미 대체용지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세종시 투자 예정기업 대표들은 지난 5월 정운찬 국무총리와 면담에서 “세종시 문제가 지연되면 대체용지 확보 등 대안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주요 대그룹들도 하번기 경영전략 모색을 위해 잇따라 회의를 열 채비다.

LG그룹은 8일부터 3주간 구본무 회장이 계열사 최고경영자와 사업본부장을 만나 계열사별 중장기 경영 전략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을 진행한다. LG는 이 회의를 통해 태양전지와 차세대조명 등 6개 차세대 성장동력의 육성전략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기아차는 내달 전체 해외법인장 회의와 본부별 판매 및 품질 점검 회의를 잇따라 열어 상반기 실적을 점검하고 하반기 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을 논의한다. 올 상반기에 북미를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판매가 크게 늘어남에 따라 애초 540만대로 잡았던 연간 판매 목표를 상향 조정한다는 복안이다. SK그룹은 하반기에는 에너지ㆍ화학과 정보통신 등 주력 사업의 신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중동, 중남미 등 핵심 전략 지역에서의 글로벌 사업 확대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GS그룹은 하반기에도 지속성장을 위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예정이고, 현대중공업은 해양플랜트와 건설장비 등 비 조선부문의 수주확대 전략을 강화할 계획이다.

CJ그룹은 유럽의 재정위기 확산 가능성과 중국 위안화 절상 등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 중이다. 두산그룹은 하반기에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매출의 6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기로 했고, STX그룹은 지난 4~5일 강덕수 회장이 주재하는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오는 2020년까지 연간 매출을 1천억 달러로 끌어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