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재정위기가 간헐적으로 국제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의 증시가 폭락한 데 이어 7일 코스피지수도 전거래일(1664.13)보다 26.16포인트(1.57%) 낮은 1637.97포인트로 급락했다.
하지만 잠잠하다 싶으면 다시 불거지는 유럽발 악재에 금융당국 또한 노심초사하며 모니터링 강화만을 외치고 있다.
지난 주말 헝가리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은 '블랙먼데이'를 야기시켰다. 이와 관련 7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금융시장안정을 위해 "헝가리 재정위기 소식은 신임 정부가 전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려다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긴 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이날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전거래일(1201.8원)보다 34.1원 높은 1235.9원으로 마감됐다. 코스피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26.16포인트(1.57%) 내린 1637.97로 마감했다.
◆유럽 위기, 국내 영향은 제한적?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헝가리 재정위기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이유는 우리나라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가 그리스보다 더 적다는 것이다.
또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도 "국내 금융기관의 헝가리에 대한 익스포져(위험노출 투자액)가 5억4000만 달러로 전체 대외 익스포져 533억4000만 달러의 1.0%로 규모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로선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헝가리 재정위기가 심각한 사태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헝가리를 비롯한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가 장기적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유럽 국가들의 복잡한 돈 관계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지난해 말 현재 동유럽 국가들의 해외 채무액(익스포저)을 1조3966억 달러로 계산했다. 이 중 오스트리아 프랑스 독일 등 서유럽 우량 국가가 42.3%(5904억 달러), 심지어 PIGS도 21.6%(3010억 달러)가 물려 있다.
동유럽 재정위기가 확산될수록 이들 국가와 은행들의 재정건전성이 열악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우증권 김학균 투자전략팀장은 “유럽 재정위기의 본질은 채무 재조정과 관계돼 있다”고 말했다. 동유럽을 비롯한 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이 재정 긴축과 구조조정을 진행하면 채권자들의 고통분담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부 대응책 '원칙적 수준'에 머물러
정부는 연이어 터지는 유럽발 악재에 대해 연일 원칙적 수준의 대응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재정부는 이날 헝가리 등 유럽국가들의 금융불안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면서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를 위해 금융센터와 함께 24시간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리스와 헝가리 재정 위기로 인해 단기적으로 국제 금융시장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정 국가의 재정문제를 넘어 서유럽 등 주요국의 재정 부담 가중과 그에 따른 미국 등 세계 경제의 성장속도 둔화 가능성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작 문제는 이번 위기 대처방식에서도 정부가 보여주는 모습은 지난번 그리스 재정위기 때 '외환보유고'를 무기로 시장 불안을 불식시키려했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앞서 윤 장관 이번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논의한 글로벌 금융안전망과 관련, "선진국이 반대를 많이 했지만 그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를 보여 올 11월 서울회담에서 안이 나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그만 이슈에도 쉽게 요동치는 국내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