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를 모았던 대한민국 첫 우주 발사체 '나로호(KSLV-I)'가 결국 추락했다. 교육기술과학부는 "나로호 잔해의 낙하지점은 북위 약 30도 동경 약 128도로 추정되고 있다"면서 "이 지점은 제주도 남단 방향으로 외나로도로부터 약 470km 지점의 공해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10일 밝혔다.
이와 관련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오늘 5시 1분에 발사된 나로호는 이륙 후 137.19초까지는 정상적으로 비행했지만 이후 지상추적소와의 통신이 두절됐다"며 "나로호 상단의 탑재카메라 영상이 밝아지는 것을 볼 때 나로호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나로호 발사를 생중계하던 카메라에서는 발사 직후 나로호가 한 번 폭발한 후 추락하는 모습이 담겨있어 1단 로켓 폭발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나로호 기술진은 지난해 8월 25일 1차 발사 실패 이후 수백여 차례의 시험 등을 거쳐 결함을 보완해왔다. 당시 나로호는 페어링이 제때 분리가 안 돼 발사에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 2차 발사에서는 페어링이 채 분리되기도 전에 추락해 실패원인과 책임소재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가고 있다.
안 장관은 "한·러 연구진들이 나로호의 세부 비행 상태에 대한 분석에 착수하였으며 한·러 공동 조사단을 구성해 원인 규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할 예정"이라며 "정확한 원인이 규명되는 대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3차 발사를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지만 3차 발사가 가능할지 여부는 현재로선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 3차 발사 가능한가?
나로호 2차 발사가 실패로 끝나면서 세간의 관심은 3차 발사가 가능한가로 쏠리고 있다. 당초 나로호와 관련된 러시아와의 계약 내용은 최대 3회 발사에 2회 성공 조건이었다.
즉 1차, 2차 발사 중 한 번이라도 실패하게 되면 3차 발사를 보장받게 돼있다는 의미다. 발사 성공은 ‘탑재 위성이 목표 궤도에 진입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어놨고 발사 임무 실패 여부는 한ㆍ러 공동 실패조사위원회가(이하 FRB) 합의해 결정하도록 규정됐다.
이런 이유로 세간에서는 지난해 8월 1차 발사에 실패한 뒤 이번 2차 발사도 실패함으로써 재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차 발사 여부를 쉽사리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데 의견이 일치하고 있다. 러시아와 한국 간에 체결된 계약의 모호성과 발사 성공을 판단하는 잣대의 이중성이 그 이유다.
항공우주연구소(이하 항우연) 관계자는 “계약서 내용대로라면 두 차례 모두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당연히 3차 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책임 소재에 따라 실패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발사 실패가 러시아가 제작한 1단 발사체 또는 시스템 상 문제라면 이를 실패로 인정할 수 있다”라며 “하지만 우리 측이 제작한 페어링, 2단, 위성체 등 상단의 결함에서 비롯됐다면 실패로 볼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러시아 측이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시 말해 실패에 대한 결론 여부에 따라 전적으로 3차 발사가 결정된다는 것이 관계자의 부연설명이었다.
일단 이번 실패가 1단 발사체나 시스템 하자로 발생한 것이라면 계약조건상 1차 발사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러시아 측에 3차 발사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실패가 1차 때처럼 페어링 등 상단 부 문제로 결론 나게 되면 3차 발사는 사실상 어려워진다. 러시아가 1·2차 모두 부분 성공이라며 책임을 부정하고 실패책임을 우리 측에 전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는 나로호 1차 발사를 ‘실패’라고 내부적으로 결론 내렸지만 러시아는 러시아가 담당했던 1단 로켓에는 전혀 하자가 없는 만큼 ‘성공’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재발사 여부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한편 계약서상에 우리 측이 3차 발사에 대한 요구는 할 수 있지만 이를 러시아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단서 조항이 없다는 점도 논란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만약 러시아 측 주장대로 성공·실패 여부가 갈리게 된다면 3차 발사는 사실상 어려워져 당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질 공산이 크다. 당초 계약서상에 성공·실패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고 FRB가 성공여부를 판단하도록 함으로써 러시아에 끌려 다녔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항우연 관계자는 “아직 1차 2차 발사에 대한 결론이 나오지 않아 3차 발사여부에 대해 확신할 수는 없다”라며 “이번 2차 발사 역시 현재 상황에서는 명백한 실패로 결론이 내려졌지만 러시아가 다소 애매모호한 이 3차 발사 요구 조항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지켜봐야한다”고 전해 3차 발사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