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확실한 승리가 있을까?
허정무 감독(55)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오후 8시30분(한국시간) 포트 엘리자베스의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그리스와의 2010남아공월드컵 B조 예선 1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터진 이정수(30. 가시마)의 결승골과 후반 7분에 더해진 박지성(29. 맨유)의 쐐기골로 한국은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전·후반 경기가 펼쳐진 90분 내내 한국은 그리스를 압도했고, 일방적인 경기 끝에 2-0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허리 싸움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둔 한국이 승리할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박지성과 김정우(28. 광주), 기성용(21. 셀틱), 이청용(22. 볼턴)이 호흡을 맞춘 한국의 미드필더는 경험 많은 그리스 선수들을 상대로 우월한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오른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선 박지성은 경기 초반부터 활발한 움직임으로 그리스의 수비진을 힘차게 헤집었다.
박지성은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오스트리아에서 실시했던 전지훈련에서 허벅지에 이상을 느껴 그리스와의 1차전 출전이 불투명했지만, 완벽한 몸 상태로 돌아와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전반 27분에는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잡아 오른쪽 측면으로 돌파하는 박주영(25. 모나코)을 향해 날카로운 대각선 스루패스를 시도해 그리스 수비들의 발을 순간적으로 얼어붙게 만들었다.
비록 박주영은 골까지 연결하지 못했지만, 그간의 오랜 유럽 경험으로 상대 수비들의 움직임을 간파한 박지성의 노련미가 단연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1-0으로 다소 불안하게 앞섰던 후반 7분에는 상대 수비의 실수를 틈타 공을 빼앗은 뒤 단독돌파에 이은 날카로운 슈팅으로 그리스의 골 망을 힘차게 흔들었다.
예상보다 일찍 터진 선제골에 이어 승리에 마침표를 찍는 박지성의 골은 한국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3개 대회 연속 월드컵 골 기록이다.
허정무 감독에게는 환희를, 그리스의 오토 레하겔(72) 감독에게는 절망을 맛보게 한 통렬한 득점이었다.
측면과 중앙을 쉴 새 없이 오간 박지성은 그리스의 주장인 기오르기오스 카라구니스(33. 파나티나이코스)와의 자존심 대결에서도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카라구니스가 전반 45분 동안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후반 시작과 함께 크리스토스 파차초글루(31. 오모니아)와 교체됐다.
반면, 박지성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중심에서 풀 타임 활약하며 값진 승리를 이끌어냈다.
기량과 경험에서 모두 승리한 박지성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주심의 휘슬이 울리는 순간 동료들과 함께 환한 웃음을 고국에 선물했다.
◆한국 찬스 날린 ‘석연찮은 판정’
선제골을 허용한 그리스는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반격을 노렸다. 좌측 공격수 사마라스는 수비에서 넘겨주는 볼을 드리볼하며 측면 돌파를 노렸다. 특히 우리 수비진영 뒤편 공간을 노려 올리는 롱 크로스가 위협적이었다.
한국은 그리스의 공세를 막으면서 역습을 시도했다. 전반 15분 차두리의 스로인을 받은 이청용이 감각적인 볼터치로 상대 수비를 제친 뒤 슛을 시도했으나, 토로시디스의 반칙성 플레이로 넘어졌다. 그러나 미카엘 헤스터 주심(뉴질랜드)이 휘슬을 불지 않아 페널티킥 기회는 잡지 못했다.
석연찮은 판정은 전반 24분에도 나왔다. 박지성이 수비수를 제치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질주,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눈 앞에 뒀다. 그러나 제친 수비수가 넘어지자 주심은 박지성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했다.
전반 27분에는 최전방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스루패스가 전달됐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박지성이 찔러준 패스를 받은 박주영은 쵸르바스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맞았으나, 살짝 틀어찬 슈팅이 골키퍼 왼발에 맞는 바람에 볼은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났다. [사진=뉴시스]
◆후반 - ‘역시 캡틴’ 박지성 본선 3회 연속 골
후반 시작에 앞서 그리스는 ‘캡틴’ 카라구니스를 빼고 파차조글루를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반면 한국은 전반전 멤버 그대로 후반에 임했다.
그리스의 추격의지를 꺾는 추가골은 ‘캡틴’ 박지성의 발에서 나왔다. 후반 7분 박지성은 상대진영에서 볼을 빼앗은 뒤 그대로 페널티박스로 질주, 상대 골키퍼와의 1대1 상황에서 침착하게 오른쪽으로 볼을 찔러넣었다. 그리스의 반격 의지를 꺾는 추가골
이로서 박지성은 2002년과 2006년 월드컵에 이어 3회 연속 본선에서 골을 넣은 선수가 됐다. 아울러 안정환과 함께 아시아 선수 월드컵 본선 최다골 보유자로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