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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더블딥 공포로 몰아넣었던 유럽 국가 부도 위기 와중에도 일부 유럽 기업들은 위기로부터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으며 승자로 떠오르고 있다.
유로화 가치의 하락으로 수출이 급증하며 북미 및 아시아 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늘어 수혜를 입은 유럽기업들은 오히려 때아닌 호황에 표정관리하기에 바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것.
뉴욕타임즈(NYT) 20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유럽 대부분의 기업들에게 유로존 GDP의 2.5%만을 차지하는 그리스의 부채 문제는 그리 큰 위협이 아니었다. 채권시장 혼란도 대부분의 유럽 기업들에게는 피부에 와닿는 영향은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유럽 중소기업들은 채권시장보다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기업들이 위기를 선방했다. 독인은 그리스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는데 가장 큰 목소리로 불평해 온 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그리스 사태로 촉발된 위기 상황의 이익을 가장 크게 얻은 국가가 됐다.
30개 기업이 상장된 독일 증시 DAX 지수는 연초대비 4.65% 뛰었다. 지멘스, BMW, 트럭 제조업체 만, 소프트웨어 업체 SAP 등 수출비중이 높은 업체들이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독일의 전기전자기업 지멘스는 미국과 캐나다, 중남미 시장에서 매출이 무려 27% 늘었고 아시아에서도 18%의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고속열차와 풍력발전기, 공장 설비 등의 제품에 대해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덕분이다. 지멘스 이사회 미국 법인 측은 "국가 부채 문제를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의 사업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올해 들어 유로화 가치가 15%까지 하락하면서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공급하는 SAP와 트럭 제조업체 만, BMW 등도 북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환율 차이로 이득을 보기도 하지만 미국의 소비가 회복되고 소비자들이 달러화 상승 틈새를 타고 구매를 서두르는 것도 이같은 때 아닌 호황의 이유다. 스포츠 상품을 만드는 아디다스의 주문량도 치솟고 있다. 비단 월드컵 특수를 누리는 것만이 아니다. 러시아를 비롯한 신흥 시장에서 이 회사의 리복 브랜드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인력중계업체 란드스타트 역시 경제위기로 수익이 증가하고 있다.기업들이 정규직원을 줄이고 임시직을 늘리면서 일거리가 쏟아지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벨기에와 네덜란드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최근 임시직 채용 건수가 10%이상 증가했다. 스웨덴의 볼보의 경우 트럭인 매크 브랜드가 중국 등 신흥국에서도 인기를 끌면서 매출이 급증해 지난달 판매량이 전년 동기대비 44%나 신장했다. 전자제품 제조업체 필립스도 최근 신흥 시장에서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심지어 금융위기가 '득'이 된 곳들도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 변동성이 클수록 막대한 차익을 얻게 되는 헤지펀드들은 2007년 말 이후 발생한 손실을 만회할 만큼의 투자수익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