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윤대 KB금융 회장 내정자가 공식적으로 취임도 하기 전부터 금융노조와의 마찰이 심상치 않다.
금융노조는 23일 성명을 내고 "어 내정자가 스스로 메가뱅크를 주창한게 아니라고 밝힌만큼 시장에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우리금융과의 합병 관련 발언을 공식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앞선 17일에는 "메가뱅크는 어 내정자 개인의 희망사항일 뿐 시장에서는 이미 인수합병을 통한 금융기관 대형화에 대해 거부의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메가뱅크를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대형화에 따른 시너지가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기관의 대형화는 자본의 비효율을 초래하며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노사갈등과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노조측은 "어 내정자가 메가뱅크를 주창하다가 여론을 의식해 이틀 뒤 KB금융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최우선책"이라며 "인수합병은 2~3년정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해 금융가로서의 전문성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어 내정자는 지난 15일 KB금융 이사회의 만장일치로 차기 회장후보로 낙점됐다. 어 내정자는 이와 동시에 "금융권에도 삼성전자가 나와야 한다"며 우리금융 합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문제의 발단은 그가 합병 대상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점이었다. KB금융의 우리금융 합병설로 심기가 편할리 없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은 "인수합병(M&A)은 상대방이 있는데 파트너가 확정되기 전에 직접 M&A대상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직격탄을 날렸었다.
이같은 어 내정자의 직설화법은 주가하락이라는 부작용으로까지 이어졌다. 어 내정자 선임 이후 KB금융 주가는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또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노조의 양사의 인수합병(M&A)에 대한 공동투쟁 국면으로까지 치닫게 됐다.
양측 노조는 어 내정자가 언론을 통해 "우리금융과의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한 반발로 지난 21일 금융노조 회의실에서 의장단 회의를 열고 '메가뱅크 저지 공동투쟁 본부(이하 공투본)'를 발족했다.
이들은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간 인수합병이 강행될 경우 총파업을 배수진으로 장외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공투본은 "금융노조 및 양대 지부의 연대와 공조를 통해 공세적인 투쟁을 전개해 정부 또는 이해관계자의 M&A 의도를 초기에 무력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