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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네덜란드 병’

유가의 정치학을 살펴보면 자원을 둘러싼 경영·정치의 이면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풍부한 천연자원이 나라의 경제와 정치에 해로울 수 있다는 ‘네덜란드 병’은 작금의 재건축사업 풍토를 잘 설명하고 있어 관심이 간다.

네덜란드 병의 메커니즘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석유, 금, 가스, 다이아몬드나 기타 천연자원의 발견으로 현금이 쏟아져 들어와 통화가치가 상승한다. 이런 통화 강세의 여파로 그 국가의 상품가격이 외국 구매자 입장에서는 높아져 제조업 수출은 경쟁력을 잃게 되고, 국내 소비자는 수입품을 매우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수중에 현금이 풍부한 국민들은 제약 없이 수입품을 더 사들이기 시작한다. 그 결과 국내 제조업 분야가 파산을 겪게 되면서 순식간에 산업공동화 현상이 찾아온다.

그렇다면 지금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일선 현장들은 어떤지 살펴보자. 주택경기 과열 여파로 지분율이 대폭 상승한 재건축 아파트단지의 일반분양가는 터무니없이 높아지게 되고, 상품가격이 높아지자 미분양 사태가 반복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면 큰 이익을 손에 쥐게 된 일부 사람들은 높은 무상지분율을 요구하며 더 큰 자원을 바라면서 순식간에 배보다 배꼽이 커지게 되는 자기 함정에 빠지게 된다. 자원이 너무 풍부해 더욱 욕심을 부리다 결국 좌초해버리고 마는 네덜란드 병과 판박이다.

얼마 전 모 재건축 현장에서 무상지분율을 둘러싼 머니게임이 한창 진행돼 큰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재건축사업은 도시정비법에 규정된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큰돈을 벌기 위한 ‘수익사업’이 아니다. 재건축을 수익사업의 일환으로만 생각한다면 국내의 왜곡된 주택시장을 바로잡을 수 없음은 자명하다. 때문에 건전한 건설문화 정착을 위해서라도 재건축사업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