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들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로 공적자금 2조5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의 모럴해저드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우리ㆍ국민ㆍ신한ㆍ산업ㆍ하나은행과 농협 등 6개 채권은행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1985개 기업을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해 65곳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신용공여액은 총 16조7000억원으로 이중 은행이 11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저축은행 1조5000억원, 여신전문사 7000억원 등이다.
또 금융권이 이들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은 은행 2조2000억원, 저축은행 2000억원, 기타 금융사 6000억원 등으로 추정됐다. 이에 따른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약 0.2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됐다.
한편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후속조치로 정부와 금융감독당국은 공적자금 투입 저축은행에 대해서 강도 높은 자구노력에 의한 자체 정상화를 유도키로 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공적자금, 예금보험기금 등을 포함해 저축은행에 투입됐거나 투입 예정인 공공자금은 17조원에 달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저축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만 11조원에 달하는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5년부터 저금리 등에 기인한 부동산 경기 호황 속에 저축은행의 PF대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는 2009 회계연도(2009년 7월~2010년 6월) 상반기에 2,497억원 순익을 기록했지만 PF 부실확대 등으로 3·4분기에는 1,013억원 손실을 냈다. 업계 관계자는 "대손충당금 부담 등으로 올해 6월 말 결산시 상당수 저축은행들이 적자를 많이 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향후 추가적인 부실 PF 매입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적자금 투입 이전에 저축은행의 여신처리 전반에 대한 적절한 개선이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관계자 역시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호경기에 유명 건설시행사의 자금력만 믿고 무작위로 대출한 행태가 문제"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제2금융권에도 여신 심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부실은 업계의 주먹구구식 영업방식과 5천만원 예금자보호 조항에 기댄 도덕적 해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2002년 3월 상호신용금고라는 명칭을 상호저축은행으로 변경하고 서민금융 활성화를 주문하자 저축은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소액 서민대출을 늘렸다. 2001년 9월 7천845억원이던 300만원 이하 소액 대출은 2002년 말 2조8천억원으로 3.6배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