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선진국 시장에서 불황기에 덜 민감한 품목을 수출한 것이 우리나라의 수출비중을 확대하는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09년 4대 수출시장에서의 수출증감 요인 분석 및 시사점'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수출이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불황기에 덜 민감한 품목 위주로 수출품목을 구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對)세계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감소한 가운데 주요 4대 시장에 대한 수출도 큰 폭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수출순위가 2008년 11위에서 지난해 9위로 상승했고, 4대 수출시장(중국, 미국, 일본, EU)에서의 점유율도 모두 증가세를 나타냈다.
특히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9.9%에서 10.2%로 가장 큰 폭(0.3%p)으로 상승했고, 미국 수입시장 역시 점유율이 2.3%에서 2.5%로 확대폭이 비교적 컸다. 일본시장과 EU시장의 점유율 증가는 각각 0.1%p, 0.03%p로 나타났다. 이로써 우리나라의 점유율이 다시 10%대를 상회하게 됐다는 무역협회의 설명이다.
무역협회는 이같은 수출 선전 요인을 분석한 결과,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원화약세 등에 따른 영향으로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수출상품이 불황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상대적으로 덜 감소한 품목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이러한 특징은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이러한 상품 구성에 의한 수출증가액이 35억4000만 달러에 달해 수출증가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무역협회가 일정 기간 특정 시장에 대한 수출 증감액을 수출국 경쟁력 변화, 수출상품 구성 변화(=수입국의 품목별 수입 비중 변화), 수입시장 규모 변화 등 세 가지 요인에 의한 증감액으로 분석하는 CMS(constant market share)를 적용한 결과, 미국시장에서 상품구성에 따른 수출증가액은 35억4000만 달러로 경쟁력(3000만 달러)이나 수입규모변동(-124억1000만 달러)보다 훨씬 많았다.
일본시장에서도 상품구성에 따른 수출증가액은 5억1000만 달러로 경쟁력(1억7000만 달러)이나 수입규모 변동(-129억7000만 달러)에 비해 높았고, EU시장 역시 상품구성(16억9000만 달러)이 경쟁력(-1억3000만 달러), 수입규모 변동(-141억5000만 달러)보다 높았다.
반면, 선진국 시장과는 달리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수출이 선전할 수 있었던 원인은 수출품목의 구성보다는 품질의 경쟁력이 제고된 효과가 영향을 더 크게 미친 것으로 평가됐다.특히 액정디바이스를 포함한 광학기기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국인 대만과 일본의 경쟁력이 약화된 반면,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크게 강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중국시장에서 경쟁력 강화에 따른 수출증가액은 21억4000만 달러로 상품구성(8억1000만 달러)이나 수입규모변동(-129억7000만 달러)보다 높았다.
한편 품목별로는 플라스틱, 휴대전화 및 부품, 선박 등이 4대 시장에서 모두 상품구성이 수출호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액정디바이스를 포함한 광학기기는 4개 시장에서 모두 경쟁력이 강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현정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업들이 적극적인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을 위해 노력한 점이 우리의 수출상품 구성과 잘 맞물려 2009년 수출이 상대적으로 선전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