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경부고속도로가 오늘 개통 40주년을 맞이했다. 서울과 부산을 잇는 우리 국토의 동맥 역할을 담당했던 경부고속도로는 단순히 자동차가 오가는 구조물이 아닌 눈부신 산업화의 살아있는 상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부고속도로가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한국경제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고도성장을 이룩했고 획기적인 물류비 절감과 유통혁명을 이끌어내 경제·사회·문화 등 국가 전반에 변화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개통에 필요한 총 공사비 429억7천300만원은 1967년 국가 예산의 23.6%를 차지할 정도로 방대한 규모였다. 1인당 국민총소득이 142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그야 말로 국운을 건 도전이었던 것.
아울러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폐허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그때에는 국도 및 지방도로 포장률은 5.6%, 자동차 등록대수는 고작 5만 대에 불가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일은 꿈에 가까운 모험이었다.
하지만 자본·기술·자재 모든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건국 이래 최대 토목공사인 경부고속도로가 세계 최단기간이라는 기록과 함께 완공되자 한국경제는 자신감을 갖고 도약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중앙대 건축학과 이정형 교수는 “경부고속도로는 우리나라 물동량의 70%이상을 책임지는 중추도로를 넘어 한국 산업화의 상징이 됐다”며 “산업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인식을 바꿈으로써 경제 체계 변혁과 기적의 역사를 일궈냈다는데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 보릿고개에서 키운 꿈
현재 경부고속도로는 명실공이 대한민국의 1번 고속국도이자 전체 교통량의 20%를 소화하는 대표노선이다.
하지만 보릿고개에서 키운 고속도로의 꿈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1967년부터 시작된 제2차 경제개발계획은 고속도로를 기반으로 하는 수출형 기간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췄고 그해 5월2일 전국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국토건설계획이 발표됐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발표되자 정치권은 물론 지식인과 언론이 가세해 반대 여론이 들끓음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정치권은 물론이고 경제기획원과 재무부 등 경제부처도 재정파탄 우려가 있다며 경부고속도로 건설에 반대했다. △ 중소도시 퇴보 가능성 △ 지역불균형 성장 야기 △ 향토적 민속성 저해 등이 그 이유였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공장을 짓고 일자리를 만드는 게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나왔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생각은 달랐다.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수출형 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지 못한다면 산업화로의 돌입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산업화가 도래하지 못한 당시로서 고속도로 건설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독일이 아우토반을 기반으로 경제 부흥을 이룩했고 인프라구축이 산업화로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박대통령의 의지는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 피땀 위에 우뚝 선 경부고속도로
1968년 2월1일 처음으로 서울~수원 구간에 첫 삽을 떴지만 시작부터 쉽게 풀리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장비는 물론 숙련된 기술자도 없어 공사가 지연되기 일쑤였고 유달리 모질었던 자연재해도 공사 지연을 한몫 거들었다.
공기 단축을 위해 수원~대전, 대전~대구, 대구~부산 등 4개 구간으로 나누어 진행된 공사에는 현대건설 등 16개 건설업체와 3개 군 공병대가 투입돼 하루 3교대로 바쁘게 공사를 진행했다.
공사는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위험해 때로는 소중한 인명을 앗아가기도 했다.
하지만 온갖 난관 속에 정부와 기업 국민과 군인까지 모두 힘을 보태 인프라 구축에 매진하다보니 경부고속도로는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68년 12월30일 서울∼오산 간 45.5㎞구간을 시작으로 대전∼대구 구간을 제외한 전 구간이 1969년까지 개통된 것.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과정이었던 만큼 1970년 7월7일 대구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준공식은 온 국민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그렇게 40년이 지난 지금 역사적 순간을 함께한 경부고속도로는 위대한 도전을 뒤로하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상상보다 더 큰 세상으로 이끌다
한편 경부고속도로는 개통 이후 끊임없이 확장·발전을 거듭하며 국내 경제·문화 발전의 밑천이 돼왔다.
중앙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등의 증축 노선과 익산∼포항 고속도로, 당진∼상주 고속도로 등의 횡축 노선을 포함해 많은 신설노선이 경부고속도로와 연결돼 07년에는 고속도로 3천㎞ 시대를 활짝 연 것.
경부고속도로는 전국을 사통팔달(四通八達)로 엮은 고속도로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30분 이내에 고속도로 진입을 가능케 해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다.
또 개통 이후 이용 차량이 매년 급증하며 한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 5위로 도약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마련함은 물론 도로 망을 따라 형성된 경부 축을 중심으로 각종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물류혁명과 함께 경제성장의 기틀을 제공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연구에 따르면 경부고속도로는 지금도 연간 13조원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함은 물론 유류비용을 년 간 2천704억원(2005년 기준)가량 절감해 국가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연간 약 2천100만 명에 해당하는 고용효과가 발생하고 관련 분야에 대한 파급효과로 600억원의 증산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경부고속도로로부터 시작된 ‘고속도로’시대의 경이적인 발전을 실감케 했다.
영광의 순간마다 늘 함께하며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경부고속도로는 한국경제에 활력을 제공하며 선진국 진입의 길목에서 또 다른 기적의 계기가 되고 있다.
◆ 경부고속도로는 계속 진화 중
경부고속도로는 지금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교통관리시스템(FTMS)가 도입된 곳으로 첨단교통시스템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시험장 또한 경부고속도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오는 10월 부산ITS 세계대회에서 우리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을 다시금 세계에 알릴 수 있게 돼 도로와 정보기술(IT)이 융합된 선진 기술을 뽐낼 예정이다.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란 도로 분야에 첨단 정보기술(IT)뿐만 아니라 자동차 연계기술을 융합한 스마트 하이웨이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2017년까지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앞차와 뒤차의 직접 통신은 물론 간격 자동조절도 가능해지는 등 스마트 그리드 못지않은 부가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도로공사 정홍준 대리는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산업생산 유발효과가 약 5조 원에 이르며 3만여 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견을 밝혔다.
한편 경부고속도로는 한국을 넘어 아시아 물류허브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어 저변 국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는 11월 G20정상회의 유치라는 국격에 걸맞게 경부고속도로는 아시아 육상교통 인프라의 하나인 ‘아시안 하이웨이(AH·32개국 55개 노선·14만 km)’ 가운데 일본과 한반도, 중국을 잇는 ‘AH1 노선’의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과 40년 전만 하더라도 경부고속도로는 총체적 빈곤으로 인한 좌절의 시기에 국민 역량을 집중시켰고 희망과 열정의 상징이 됐다. 역동하는 한국의 심장으로서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경부고속도로는 지금 새로운 변신을 모색하며 비상하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