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이라는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다. 하이닉스도 2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으로 예상됨에도 실적대비 주가는 기대 이하이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상승을 제한하는 이유를 메모리 시장의 한계성이라고 판단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위주로 구성 되어있다. 그러나 비메모리 사업의 비중은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변동 심해 삼성전자 비메모리 중요성 인식
반도체는 메모리와 미메모리로 분류되는데 대표적인 메모리는 D램과 Flash메모리가 있다. 비메모리는 2개의 부류로 나뉘는데 시스템IC분야와 흔히 개별소잘로 불리는 Discrete로 분류된다. 특히, 시스템IC분야는 설계에 집중하는 Fabless업체와 공정기술에만 집중하는 Foundry업체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메모리시장 즉 D램산업은 경쟁 업체들과의 시간적 격차를 상당히 벌여 놓았다. 비교적 공정기술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고 사양 제품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분기실적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기 때문에 2010년보다 연간이익의 절대수준이 감소하더라도 2010년 4분기 이익모멘텀 약화우려에 따른 저평가에서 벗어나 D램산업 호황 지속과 높아진 경쟁력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연구원은 "메모리의 경우 수년간 지속된 공급과잉, 가격하락으로 기업의 현금여력이 매우 낮아졌고, 공정 미세화로 인해 지나치게 높아진 투자비용이 신규공장 건립 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신규공장 건립이 메모리 가격하락으로 이어지는 경우 공격적 투자를 제한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결국 메모리는 수요와 공급의 상황에 따라 가격변동이 심해질 수 밖에 없다.
김 연구원은 "한 기업의 증설로 인해 전체적인 가격하락을 겪는 경우 자칫 기업의 사활을 걸고 증설경쟁을 하는 치킨게임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메모리는 경쟁업체들이 대규모 투자만 한다면 후발로 추격할 수 있는 부분이나 비메모리사업은 다년간 기술 축적과 지적재산을 종합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메모리처럼 경쟁과열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따라서 메모리 산업에 치중되어 있는 국내 반도체 산업은 이제 비메모리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오스틴 공장의 비메모리 반도체라인에 2011년까지 36억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김 연구원은 "이번투자는 특히 TV와 휴대폰에 들어가는 시스템반도체 생산을 위한 것으로 삼성전자도 비메모리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고 말했다.
◆중국과 비메모리 경쟁 불가피
이미 전세계 반도체 기업 순위에서 비메모리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첨단 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도 향후 5년간 반도체 산업에 2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 정부의 비메모리에 대한 관심은 최근 ECFA 체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진출에 적극적인 TSMC 등은 대표적인 Foundry기업으로 중국에 공격적 설비투자를 선언하고 있으며 중국의 1위Foundry기업인 SMIC는 이미 Founfry 업계 5위까지 상승했다.
한국의 삼성전자가 20009년 Foundry 순위에서 10위에 올라섰으나 여전히 경쟁국가에 뒤쳐진 상황이다. 중국정부는 Foundry 육성을 통해 반도체 기술 축적 및 반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해 왔으며 최근에는 미래 기술력 확보를 위해 Fabless분야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작년 부터 중국 정부는 연매출 2억달러 이상의 Fabless기업 30개를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향후 반도체, 특히 비메모리 시장에서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 연구원은 "중국과 대만이 ECFA체결을 통해 긴밀한 관계에 있는 현재 한국의 반도체 기업은 비메모리 중요성을 절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