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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서울의 얼굴인 광화문의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2006년 10월 유흥준 전 문화재청장 시절 때 '광화문 제 모습 찾기' 사업을 추진했다.
조선 태조 4년(1395년)에 건립된 광화문은 1592년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말았다. 이후 고정 2년(1865) 흥선대원군이 경복궁을 다시 지어 중건했지만 1926년 일제 강점기 때 조선총독부 청사 신축으로 인해 경복궁 건춘문 북쪽으로 강제로 이전하게 됐고 1950년 한국전쟁으로 광화문의 육축(성문을 세우기 위해 큰 돌로 만든 기단) 위 문루가 불타 없어졌다.
임진왜란과 일제시대, 6.25전쟁으로 상처로 얼룩진 광화문은 인해 일부가 파손된 바 있다. 일제의 잔해와 전쟁으로 상처를 받은 광화문은 1968년 당시 중앙청 축에 맞춰 재건됐다.
그러나 원래 위치에서 북쪽으로 약 11m, 동쪽으로 13.5m로 떨어져 있었고 경복궁 중심축에서 반시계방향으로 3.75도 틀어진 채 철근콘크리트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시가 잘못 위치해 있는 광화문을 바로잡기 위해 복원 사업에 나섰다.
그러나 대한민국 대표 문화재인 광화문 복원을 놓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먼저 광화문의 현판이 한글이냐 한문이냐라는 것을 놓고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문화재청은 광화문 현판을 고종 중건 당시 공사 책임자인 영건도감제조 임태영이 쓴 한자 현판을 디지털 복원했다. 이를 두고 시민들은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 동상 바로 뒤에 광화문 한자 현판이 웬 말이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광화문 현판은 지난 68년 재건 이후 40여년 동안 우리 글자 한글판이었다. 새로 짓는 광화문에는 시대정신을 담아 오늘날 우리가 쓰는 한글로 써 문화재로서 한자보다 가치가 더 있고 서울과 대한민국이 빛난다고 한글단체들이 주장하고 있다.
며칠 전 한글단체 대표들이 문화재청에 방문해 한자현판을 달기로 한 결정한 것에 대해 항의를 한 바 있다. 당시 문화재청은 "옛날에 한자였기에 새로 지은 건 물의 현판을 모두 한자로 달았다"며 "그 복원차원에서 광화문도 한자로 하니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또 광화문 완공 시점을 놓고도 말들이 많다. 광화문은 내달 15일 광복절에 일반 공개되는데 당초 완공 시점이 올 연말이었지만 9월 말로 앞당긴 데 이어 다시 이달 말로 단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광복절 공개에 맞춰 공사를 서두르다 보니 부실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는 내고 있다.
문화제청은 "올 연말 완공을 목표로 삼았지만 공사기간을 넉넉하게 잡았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돼 광복절 공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국내 전통 건축의 대표적 장인이자 궁궐 복원 책임자인 신응수 대목장은 "기와 아래 생석회, 화강흙을 섞은 강회다짐이 마르지 않으면 기와를 올릴 수 있지만 강회의 겉만 말리거나 강회 두께를 얇게 하는 등 기와를 빨리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회 건조기간을 최소 1주일로 정해졌고 장마철일 경우 2~3주 여유를 주어야 한다.
지붕 마감에서 대나무·싸리나무 발인 산자 대신, 개판(나무판)을 덮는 공법을 쓴 데 대해서도 신씨는 “공사 기간이 (산자보다) 오히려 오래 걸린다”며 졸속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 중견 전문가는 산자 공법은 발은 빨리 설치할 수 있어도, 그 사이 덮는 강회, 흙을 온전히 말리는 데 최소 10일이 걸려 개판보다 훨씬 공사가 늦어진다는 게 상식이다"며 반발했다.
광화문 공사관계자들도 "깔끔히 현장을 정리하는 전통 공사의 원칙을 무시되었다"며 "단축 방침이 하달된 6월 이후 공사장은 여러 공정으로 뒤섞여 아수라장이 됐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옛 궁궐터 헤이조큐의 대극전(정전) 복원을 했는데 공사 기간이 12년, 연구 고증기간까지 치면 38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대 때 광화문을 재건할 당시 콘크리트로 현대식 공사로 지어져 문화제답지 않는 광화문이라는 말이 뒷말이 이었다.
복원이란 원본 문화재의 흠이 난 부분을 깁고 더해 예전의 모습을 되찾는 것이다. 이른바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것은 동일성만 절대적으로 여기는 흉내내기 일뿐이고 복원하더라도 문화적 역사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복원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는 내고 있다. 또 복원 전문가들은 "그것이 새로운 예술적 가치와 의미를 가질 수도 있지만 이는 문화재 복원과 무관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시는 한·일 합병 100년과 광복절 65주년을 맞아 완공을 앞당겨 광복절에 시민들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