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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해외건설 프로젝트 수주 ‘빛 좋은 개살구’ 될 수도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오히려 선진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로 인한 낙찰가가 하락으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플랜트 수출을 비롯 고수익 사업으로 분류되는 원전과 SOC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소식이 잇따라 들리지만 사실상 낙찰가가 너무 낮아 ‘덤핑’수주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지역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각종 프로젝트를 독식하다시피하며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유럽·일본 등 선진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며 예상했던 가격보다 수주금액이 40∼60%가량 낮아지는 등 수익 측면에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 해외 플랜트 낙찰가 예상가의 ‘절반’수준

올해 최대 해외 플랜트 중 하나인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는 국내 업체들이 대부분 독식했지만 경쟁 과열로 수주가가 당초 예상가에 절반 수준에 머물러 실제 수익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림산업은 이번 프로젝트의 4개 패키지 중 3, 4번을 수주했지만 수주금액은 각각 10억6천300만달러, 6억95만달러로 당초 예상가가 각각 23억달러, 12억달러임을 감안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쳤다.

SK건설도 2번 패키지를 수주해 스페인 업체가 수주한 1번 패키지를 제외한 2, 3, 4번을 국내 업체가 싹쓸이 했으나 당초 예상했던 낙찰가와는 큰 폭 차이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얀부 정유공장 프로젝트에서 한국 건설사들이 수주를 독점한 것은 표면적인 성과일 뿐 수익률을 따져봐야만 득·실을 가늠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해외 업체들도 눈독을 들이던 대형 사업이긴 했지만 낙찰가를 워낙 낮게 제시해 마진을 가늠하기가 힘들다는 일각의 진단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컨설턴트는 “굵직굵직한 해외 건설프로젝트에서 수주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낙찰 예정가격과 비슷한 수준에 계약이 체결됐으나 2010년에 들어서며 낙찰가와 예상가의 갭이 크게 벌어져 기업입장에서도 원가절감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지난 4월 말 입찰 결과가 발표된 아랍에미리트(UAE) 샤 가스 플랜트는 얀부 프로젝트와 함께 올해 최대 프로젝트였는데 국내 업체들이 대거 탈락했다”라며 “각 건설사들 간 치열한 눈치작전이 펼쳐지며 실제 샤 가스 플랜트 낙찰가는 예정가격의 60~70% 수준에 머물렀다”라고 말했다.

◆ 원가절감으로 ‘경쟁력’ 확보해야

한편 국내 주택경기가 장기조정국면으로 접어들며 실거래가 얼어붙은 상황을 감안하면 해외 사업수주를 돌파구로 삼아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건설관계자들은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다소 낮은 마진이라도 사업 확장에 전념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공격적인 전략으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국내 건설사들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도 해외 프로젝트 수주 뿐”이라며 “다소 마진을 낮추더라도 원가절감과 공기단축으로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고속철도사업, 수도정비사업, 항만 사업 등 기본 인프라 구축을 위한 대형 사업들을 연속해서 수주하고 공격적으로 시장을 개척하다보면 수익률은 자연히 높아지게 된다”라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는 만큼 경쟁심화에 따른 낙찰가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건설사들의 이런 방침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 수주전이 치열하게 돌아가며 덤핑 수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는 것이 사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관계자는 “우리 회사 또한 치열한 수주전을 펼치며 프로젝트 사업을 따냈지만 유럽과 일본 등 선진 업체들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라며 “일단 계약을 체결하긴 했지만 마진이 너무 낮아 오히려 유동성을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감이 내부에 존재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