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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가스公 '요금인상'… 부채·주가 영향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이 오른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2010년도 공공요금 조정방향 발표를 통해 8월 1일자로 전기요금을 평균 3.5%, 9월 1일부터 가스요금을 평균 4.9% 인상하면서 원료비 연동제를 다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최근 소비자 물가가 2%대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올 하반기 이후 유가 재상승 등으로 인한 물가압력 우려를 감안해 전기, 가스 등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공공요금부터 안정적으로 운영해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그 동안 인상여부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전기·가스요금이 인상됨에 따라 관련 업체들의 영업실적을 증가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막대한 부채와 미수금을 감당하기엔 미약하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서민경제와물가에 대한 고려를 배제할 수 없는 정부로서는 인상폭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됐지만 시장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향후 원료 도입가격 책정과 연료비연동제가 이들 기업의 이익개선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반영될지가 관건이다.

◆ 한국전력공사, 인상폭 적어 주가반응 없었다

전기요금은 용도별로 주택용 2%, 교육용 5.9%, 산업용 5.8%, 가로등 5.9%, 심야 8.0% 인상 조정했다.

원가회수율이 낮은 산업, 교육, 심야를 중심으로 가격인상을 했고, 원가 보상률이 높은 일반 요금은 동결했다. 이는 용도별 원가회수율 격차를 완화하고, 소비자 간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또한 동절기에 하절기를 초과한 피크수요가 발생하는 등 변화된 전력 소비패턴을 반영하여 겨울철 시간대별 요금제 개선을 통해 수요관리를 강화했다. 계절별 조정률은 여름철 평균 2.4%, 봄, 가을철 평균 1.4%, 겨울철 평균 7.4%로 겨울철 조정률을 크게 하여 향후 한전의 겨울철 원가회수율이 과거에 비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윤종원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영업이익이 연간으로 7000~8000억원 정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적자도 4000억원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은 곧 한전의 이익증가로 연결되기 때문에 한전이 기대할 수 있는 호재 중 가장 영향력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윤 연구원은 “한전은 이번 요금 인상으로 올해에만 5260억원, 연간 1조2700억원의 추가수입이 예상된다”며 “올해 영업손실 추정액이 4505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요금 인상 효과는 크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요금 인상 발표에 따른 주가의 반응은 없었다. 윤 연구원 은 “요금 인상 폭이 투자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전기요금 산정기준에 따라 한전의 적절한 이익 보장을 위해 요금을 충분히 올려주는 것이라면 투자자들도 대형 호재로 받아들여 주가도 올랐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물가와 서민경제에 미치는 부담을 고려해 필요인상률 8~10%에 못 미치는 3.5%를 올리는데 그쳐 한전은 요금 인상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연간 약 3조원의 투자재원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는 여전히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목적은 국민들에게 에너지절감을 유도하고 한전은 전기 판매 이익을 통해 투자재원을 확보하도록 하는 효과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이번 요금 인상에 후자 쪽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낮은 수준으로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

강희승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실적 회복이 예상되나 8월 전기요금 인상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정책 방향에 있어 공공요금 동결을 통한 물가 안정 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정부 규제가 해소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창목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시장 예상수준의 인상률에는 못 미치나, 원가이하인 산업용과 심야전력의 인상률을 높인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며 “내년 중반 요금인상의 상승폭에 따라 한전의 주가 흐름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가스공사, 현금흐름 개선될 전망

도시가스요금도 9월 1일부터 평균 4.9% 인상되며 연료비 연동제로 복귀한다.

이는 2008년 원료인 LPG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따라 연동제를 유보해 누적된 원료비 미수금 4조3000억원을 해소하기 위한 결정이다.

용도별로는 원가보상율이 낮은 업무난방용이 5.1% 인상되고, 주택용 5.9%, 일반용 4.4%, 산업용 3.9%씩 오른다. 정부는 이번 요금인상에 따라 일반가정의 경우 전기는 매달590원의 부담이 증가하고, 가스(4인가구 월사용량 약 66㎥ 기준)는 매달 2800원 정도 요금부담이 늘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이번 가스요금 인상이 가스공사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임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에 가스공사가 수입하는 실제 LNG 도입가격이 나와야 현재 4조3000억원에 달하는 미수금이 언제까지 회수될 지 예상할 수 있다”며 “가스공사에 대한 투자판단을 하는 데는 요금인상도 중요하지만 연료비 연동제 적용 여부가 핵심이다”라고 판단했다. 이는 가스공사의 과거 주가가 한때 시장대비 할증 거래됐던 이유도 원료비 연동제를 적용 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의해서다.

임 연구원은 가스공사에 대한 투자심리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고 그 이유에 대해 “9월부터 연동제가 다시 적용되므로 유가가 갑자기 폭등하는 등의 이변이 없는 한 가스공사의 이익은 유가와 환율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때문이다”라고말했다.

이 연구원은 “가스요금조정이 크게 공급마진조정, 연료비조정, 미수금축소를 위한 인상 등으로 구성된다는 점과 이번 9월에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조정요인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인상은 공급 마진 인상, 미수금 축소를 위한 인상 등이 반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이번 조정으로 영업이익의 증가, 미수금 축소 등을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9월부터 연료비 연동제가 재시행 되므로 향후 미수금 증가요인도 해소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인상으로 미수금이 전부 해소되지는 않겠으나 향후 현금흐름 개선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천연가스 도입가격과 도매판매가격이 비슷해 미수금이 크게 감소되지 않는다고 보고 “연동제 도입 외 추가로 천연가스 판매가격 인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동제에 의한 판매가격 외 추가로 판매가격이 1% 인상되면 미수금은 연간 1200억원 회수되는 효과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회수가 필요한 이유는 향후 배관망과 자원사업 투자비 조달을 위한 자본 증가 부담이 완화되고 부채 증가의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