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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문어발’ 끝도 없다···中企 “제도적 장치 필요”

올해도 주요 대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회사설립·지분취득 등의 방법으로 ‘문어발 확장’을 계속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발행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변동현황’에 따르면 대규모기업집단의 소속회사 수는 1월 1155개에서 7월에는 1335개로 180개 늘었다.

포스코는 올해 초부터 7월까지 소속회사 11개를 늘리며 확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5월에는 서비스업종인 (주)송도에스이를 설립하는 등 6개의 소속회사를 늘렸다. CJ는 7월에 온미디어를 편입시키며 방송채널 사용사업·종합유선방송업 관련 계열사 10개를 흡수했다.

기업의 주력업종과 다른 부문의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기업들도 눈에 띈다.

SK는 지난 2월 대전맑은물(주)을 설립하고, 5월에는 같은 업종인 광주 맑은물(주)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사회기반시설건설업에 세력을 확장시키며 중소기업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폐수처리업체인 (주)엔텍과 음식물자원화업체인 (주)여수엑스포환경을 편입시키고, 방송채널사용사업을 맡고 있던 텔레비전 미디어코리아(주)를 설립하는 등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LG는 지난 1월 젊은 층을 주 고객으로 하는 (주)더페이스샵코리아의 지분을 취득하며 중저가 화장품 시장에 진출했고, 지난 6월에는 농업및 임업을 주로 하던 (주)곤지암예원을 설립했다. 특히 LG전자는 지난해 말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하고 일본 히타치와 제휴를 맺어 정수기와 안마의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는 올 초 프랜차이즈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롯데케이케이디(주)의 설립을 시작으로 5월에 연쇄화사업의 (주)바이더웨이, 운송주선업의 (주)본길로지스, 백화점업의 롯데스퀘어(주)를 편입시켰다. 또 지난 6월에는 도소매서비스업인 롯데수원역쇼핑타운(주)의 지분을 취득하는 등 3개 회사를 편입시키며 유통분야에서의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CJ는 지난 6월 (주)미디어웹의 지분을 취득하며 부동산개발업을 담당하는 (주)명상씨엔디를 편입시켰다.

◆ 제도적 장치 마련 시급

이처럼 대기업이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무차별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것은 2007년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는 중소기업형 업종으로 적합한 사업영역의 경우 대기업의 시장진입을 금지한 제도로 1979년 도입됐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됐던 대표적인 제도다. 그러나 시장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라 2007년 순차적으로 지정 업종이 줄어들어 결국 256개 업종 모두가 해제됐다. 법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스스로가 상생, 협력의 정신을 발휘해 ‘무차별확장’을 자제하는 수밖에 없지만 불황이라는 미명아래이 같은 도덕적 요구들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대기업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신성장 동력 발굴’이라는 명목 하에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동시에 해당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