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동차가 세계 자동차 시장의 본고장 미국에서 진출 24년만에 시장점유율 '마(魔)의 5%벽'을 돌파했다.
이로써 현대차는 2006년 7월 3% 벽을 넘어선지 4년만에 5%의 벽을 무너트림으로써 꿈의 10%를 바라볼 수 있는 전환점에 서게 됐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시장점유율이 3%를 돌파하면 성공적인 안착, 5%를 넘어서면 10%까지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풀이하기 때문이다.
전세계 자동차 기업의 각축장인 미국에서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기업은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미국을 안방 삼고 있는 제너럴모터스(19%), 포드(15.8%)와 전세계를 주름 잡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양대 산맥 도요타(16.1%), 혼다(10.7%) 등이 7월에 10% 시장점유를 기록했다.
현대차의 미국 행보는 말 그대로 '질주'와 같다.
'부르몽의 악몽'이라 불리는 지난 1993년 캐나다 퀘백 부르몽 공장 폐쇄의 고배를 마신지 17년만에 주류 자동차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 것.
특히, 한번 퇴출 당하면 다시는 재기하기 힘들다는 미국시장의 특성상 현대차의 화려한 발자취는 자동차 업계에서도 이례적인 일이다.
일례로 프랑스의 르노와 푸조 등 유명 브랜드마저도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많은 시도를 했지만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서 조용히 발길을 돌려야했다.
◆ 위기를 기회로, 품질로 승부하다
일본산 자동차들이 오일쇼크를 기점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발전의 기회를 삼았던 것처럼 현대차는 경기침체가 미국 전역을 강타했을 때 과감한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어슈런스 프로그램은 미국 주류 자동차 기업들도 앞다투어 모방을 할 정도로 획기적은 마케팅으로 꼽힌다.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은 현대차에 또 한차례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잠깐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뒤로한 채 꾸준히 판매량을 늘리며 소비자와 언론으로부터 뛰어난 성능을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현대차는 현재 일본산 자동차의 대체 모델이 아닌 '포스트 도요타'의 이미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효자상품 엘린트라(국내명 아반떼)는 경쟁모델 콜로라(도요타), 씨빅(혼다)의 자리를 착실히 잠식해 나가고 있으며, 쏘나타 역시 캠리(도요타)와 아코드(혼다)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가장 경쟁이 치열한 중형세단 시장에서 현대차의 간판모델로서 입지를 확실히 다져 나가고 있다.
◆ 시장잠유율 10%를 향하여
현재 미국에 판매되는 현대차 차종은 8종으로 도요타와 혼다 전체 브랜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다양한 라인업을 구비해 고객을 유도하는 이들 업체와는 달리 선택의 폭이 비교적 적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차는 짧은 기간내 5%의 벽을 허물었다.
특히 매장내 재고량이 판매량을 만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올해 하반기부터 생산량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는 현대차의 발언은 현대차가 가진 판매 여력을 암시하고 있어 시장점유율 10% 확보를 위한 행보가 한결 가벼움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