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지난 6월부터 미국의 '포괄적 이란제재법'에 근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된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불법성 여부 조사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들었다.
금융당국은 4년마다하는 정기검사라고 설명하지만 각종 불법성을 들여다봤을 가능성이 높다. 미 국무부가 이미 지난 4월 외교경로를 통해 우리 측에 멜라트은행의 거래의혹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충분한 사전검사를 거쳐 치밀한 조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금융계에서는 검사기간이 2개월째로 접어든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는 시간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주 중 제재 초안을 잠정 결정하고 부처간 협의를 벌일 예정"이라며 '미국의 이란 제재법 시행규칙이 나오는 10월까지 최종 결정이 유보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멜라트은행은 멜리은행, 사데라트은행과 함께 이란의 3대 국영은행이다. 해외지점은 중동지역을 제외하면 한국이 유일하다.
자산규모는 3월 말 기준으로 3173억원이며 외환은행은 이란제재법 발효 직후인 7월9일 이 은행과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외환은행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이 개설한 계좌를 아직 폐쇄하지 않았지만, 미국의 제재 이후 해당 은행과의 자금 유출입 실적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영업점 폐쇄, 영업 인가 취소, 영업 정지 등이다. 미국이 자산동결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란과의 경제관계, 국내 업계 사정 등을 고려해 제재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은 우리 대기업 20여곳, 중소기업 2000여곳과 거래하고 있다. 원유 수입, 합성수지·자동차부품·가전·철강제품 수출 관련 기업이 대부분이다. 이란에 대형 건설·플랜트 공사가 많아 관련 대기업과 협력업체도 진출해 있다.
무엇보다 공사·수출대금 등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입금되기 때문에 금융거래가 중단되면 이들 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한편 모하마드 레자 바크티아리(Bakhtiari) 주한 이란 대사는 한국의 대이란 제재 움직임에 대해 "좌시하거나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강력한 대응 자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미국이 폐쇄를 요구하고 있는 이란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에 대해 "지금까지 한국 금융감독 당국의 승인하에 건전한 자금만 거래해 왔고 규정을 어기거나 위법행위를 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미국이 그런 혐의를 제기하려면 합당한 증거를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