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일에 열리는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지난달에 이어 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국제 곡물값 급등이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국내의 '애그플레이션'(농산물값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금리 추가 인상론이 적잖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금리 동결로 가닥이 잡힐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채권 전문가 74% '동결' 예상
채권 전문가의 74.4%는 오는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협회는 9일 최근 채권을 보유하고 있거나 운용하는 113개 기관의 채권시장 전문가 156명을 상대로 '8월 채권시장 지표'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4.4%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전문가들 가운데 71.0%가 금리 동결을 예상했었다.
이에 따라 금리동결 전망이 19개월 연속 우세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6~9월에는 응답자의 100%가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고 10월 91.2%, 11월 88.7%, 12월 98.6%, 올 1월 91.3%, 2월 87.7%, 3월 93.9%, 4월과 5월 99.4%, 6월 96.4%, 7월 71.0%가 동결을 전망한 바 있다.
채권전문가들은 지난달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이달 추가인상 가능성이 줄었다며 산업생산지표가 둔화되고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우려가 되레 채권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금리 동결의 주된 요인으로는 중소기업, 서민의 금리 부담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꼽혔다.
지난달 26일 발표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2%로 상반기로만 놓고 보면 지난 10년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다. 문제는 이런 성장이 반도체, 선박, 자동차 등 수출 대기업의 호황이었지 대다수 중소기업의 호황으로는 연결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한은은 이같은 우려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기 위해 총액대출금리는 현행대로 1.25%를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한편 국내 경제의 회복 흐름과 하반기 물가 인상 부담이 채권시장에 약세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나, 유로존 우려 완화, 기업 실적 호조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약화되고, 외국인의 우리나라 채권과 주식 투자 재개 등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물가 상승 우려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하반기 물가상승 우려로 금통위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박혁수 현대증권 연구원은 9일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높았던 반면 하반기엔 물가 상승 우려가 있다"며 "또 부동산 경기 부양책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라도 한국은행이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금통위가 23개월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물가 상승'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내년 중 물가가 3%이상 상승할 수 있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다"고 밝혔다.
특히 대외 물가 상승 요인은 점점 악화되고 있다. 러시아가 50여 년 만에 엄습한 최악의 가뭄으로 주요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면서 곡물 가격이 치솟고 국제사회의 이란 제재 움직임으로 원유 가격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정부의 물가 안정에 대한 의지도 확고한 상태다. 지난달 14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회복이 본격화되면서 물가 여건이 국제 유가 상승과 맞물려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물가안정은 서민대책과 경제 전반 체질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전기요금과 도시가스요금을 올린 데 이어 지방자치단체들이 공공요금 인상에 가세하고 있어 서민들의 물가 부담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