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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금융, 서민은 '뒷전'…대기업 이미지 제고에는 '열심'

서민들의 생활자금 대출을 위해 출시된 햇살론의 인기가 고공행진을 기록하며 다른 서민전용대출상품들도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의 대표주자인 미소금융은 이달들어 자격요건을 대폭 완화하는 등 기존의 저조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발빠른 대응책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소금융의 기업재단들이 기업이미지 제고만을 앞세운 나머지 구체적인 대출 실적 쌓기보다는 출연금 쌓기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삼성미소금융재단에서는 재단 출연금을 300억에서 600억으로 확충한다고 밝혔다. 우선 내년도 출연 예정금 300억원을 올해 미리 출연해 화물지입차주 지원 대출 등 신규 매출 상품의 재원으로 쓸 방침이다. 이뿐 아니라 지점수도 대폭 늘어난다. 7월말 현재 7개의 지점수를 9월말까지 13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2달만에 6개의 지점을 추가로 개설하겠다는 말이다.

삼성미소금융재단의 대출실적을 살펴보면 올해 출연금 300억 중 17억(7월말 기준)에 그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미소금융측은 '까다로운 대출 조건'과 '홍보 부족'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대출실적 증대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출연된 300억의 10%도 아직 대출이 다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년 출연금까지 앞당겨 출연시킨 점도 보여주기식 관행이란 비판을 벗어나기 어려운 점이다.

실제 이날 기자간담회에 자리에서 직접 발표를 맡은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순동 이사장은 "삼성그룹은 미소금융제도 등을 통하여 사회공헌활동을 활발히 펼쳐오고 있다"며 사회적기업이라는 기업이미지 제고에만 초점을 맞춰 설명을 했다.

지난 5일 현재 햇살론은 출시 후 10일만에 740억3250만원(9116건)을 기록했다. 이에 비해 출시된지 1년이 넘은 미소금융은 7월 말까지 대출규모는 236억2,000만원이고, 혜택을 받은 사람도 3,958명에 불과했다.

햇살론은 서민 금융회사들이 적정 마진을 취할 수 있는 금리 구조를 갖춘 데다 기존 서민 금융상품보다 대출 대상 범위가 넓고 대출 절차도 간소해 금융회사와 서민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미소금융은 단순한 자금 대출이 목표가 아니라 한 사람의자활을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사부터 현장 컨설팅, 자활의지 평가 등의 과정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햇살론의 경우 서민금융회사 창구만 방문해도 대출할 수 있어 대출 요건과 절차가 간소한 편"이라고 말했다.

햇살론의 대출 대상은 신용 6~10등급 또는 연소득 2천만원 이하인 저소득 자영업자와 농림어업인, 근로자 등이다. 창업자금은 최고 5천만원까지 빌릴 수 있으며 사업운영자금은 최고 2천만원, 긴급생계자금은 최고 1천만원까지 대출할 수 있다.

반면 미소금융은 대출이 창업 자금 대출에 한정돼 있는 데다 창업시 전체 자금의30%를 자기 자금으로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 등 요건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미소금융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원 대상을 5~6등급 저소득자로 확대한다고 밝혔지만, '까다로운 미소금융'의 이미지를 벗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특히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행보가 큰 차이를 보이는 데는 햇살론이 '이자가 싼 대출'이라는 홍보가 초기에 제대로 된 반면, 미소금융은 출시 당시부터 정부의 전시정책이란 그늘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또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줄서기'식 행사라는 인식도 서민들에겐 큰 거부감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