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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수직상승, A/S 부품 독점…배불리는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는 2001년 현대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후 인수합병과 법인신설을 통해 자동차전문그룹으로서 자리매김하며 완성차부문에서의 시장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GM대우의 매출액은 하락한 반면 기아를 인수한 현대차의 시장지배력은 현저히 강화됐다. 시장점유율은 2004년 73.3%, 2006년 73.2%, 2008년 76.9%에 이르다가 2010년 1월 80.5%로 국내시장의 점유율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다. 완성차의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가 시장가격의 결정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 국내외 판매가 차별

완성차의 경우 재료비의 상승, 차종 고급화에 따른 사양 및 옵션 증가 등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공장도가격 및 소비자 판매가격 등이 올랐다. 가격상승 요인은 있으나 상승폭이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가격상승 추세는 엑센트의 경우 2000년 이후 지난 10년 동안 공장도가격이 약 66.4%가 증가했고 아벤테 76.3%, 그랜저 34.6%, 산타페 47.8%, 소나타 123.5%가 상승했다. 

소비자에 대한 최종 공급가격 또한 지난 10년 동안 꾸준하게 상승세를 유지했다. 2009년 기준 소비자 판매가격은 공장도가격 대비 약 10~25% 정도 인상된 가격을 보이고 있다. 또 대표적인 차종인 엑센트, 아반테, 쏘나타, 그랜져, 싼타페의 국내 판매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각각 62.5%, 65.2%, 109.4%, 28.7%, 43.5% 증가했다. 소비자 판매가격의 증가추세는 기아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러한 국내 판매가격의 인상추이는 소비자 물가상승률 및 재료비 인상요인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2003년부터 2009년 사이 국내 판매가격을 모델에 따라 약 18%에서 36%까지 인상했다.

이렇게 현대차는 판매모델의 교체시기마다 국내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올렸다. 현대차는 가격인상의 주요 원인으로 사양의 고급화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사양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연평균 인상률은 너무 높게 나타나고 있다.

◆ 노후차 세제지원에도 가격 상승 

현대기아차는 2008년 말 세계적 금융위기로 자동차산업의 경기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정부의 지원조치로 가장 큰 수혜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국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일방적으로 인상했다.

실제 현대기아차 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5월부터 12월까지 자동차산업 지원제도에 의한 추가판매 총량이 38만1875대다. 이 중 현대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21만8861대로 약 57.3%에 이르고, 기아차의 경우 7만6480대로 약 20.0%에 이르러 현대기아차는 노후차 지원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원조치 이외에도 포스코로부터 공급받는 철강원자재의 15% 가격하락으로 인한 효과도 누렸다. 그럼에도 현대기아차는 동일 기간 두 차례에 걸쳐 국내 자동차 판매가격을 최고 13.9%까지 인상했으며, 이는 동 기간 물가상승률 2.3%의 6배에 이른다.

정부가 노후차 처리를 위한 세제지원을 하면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당한 정도의 판매가격 인하효과를 예시하고 있었다. 정부의 추정치에 따르면 베르나1.4의 경우 세제지원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가 약 75만원에 이르렀어야 하지만 동일기간 현대차는 베르나1.4의 국내 판매가격을 870만원에서 991만원으로 121만원 인상했다.

국내산 자동차의 국내 및 해외 판매가격의 차이에 대한 불만도 늘고 있다. 국내와 해외 판매가격의 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광의 최규호 변호사에 따르면 2007년 12월 국내 자동차 판매가격과 미국에서 시판되고 있는 판매가격 차이는 대표적인 수출차종인 소나타2.4의 경우 약 952만원, 소나타3.3의 경우 1394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반적으로 베르나1.6, 뉴투스카니를 제외한 모든 현대기아차의 국내 판매가격이 해외가격 보다 110%에서 무려 181%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A/S부품에서도 폭리

현대기아차는 완성차의 A/S 부품 생산, 유통 및 공급과정에서도 중간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현대모비스를 설립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의 A/S 부품은 개별 하청업체가 직영정비서비스센터와 일반정비업체에 직접 공급하지 않고, 대부분 현대모비스를 통해 독점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모비스는 하청업체의 공급부품의 납품단가를 낮추거나 동일부품에 레벨만 붙여서 공급가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직영서비스센터와 일반정비업체에 대한 A/S부품의 공급가격을 차별화하고 있다. 그 차이는 일반적으로 10% 정도다. 즉 현대모비스는 직영서비스센터에게 낮은 가격의 부품을 공급함으로써 많은 마진을 남기도록 했다.

그러나 일반정비업체는 높은 가격으로 부품을 공급받기 때문에 마진을 줄이거나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이러한 A/S부품 공급가격의 차이는 일반정비업체는 물론 소비자에게 더 큰 부담을 지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 해외공장, 생산능력 떨어져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톱 5전략’을 내세우며 지난 10년간 벌어들인 수익의 상당부분을 해외현지공장의 무분별한 확장에 과잉투자하고 있다.

2008년 12월 말 현대기아차 해외공장들의 총생산능력은 무려 263만대에 이르지만 2009년 생산실적은 149만대에 그쳤다. 이 생산실적 수치는 2009년 생산능력 대비 56.2%에 해당하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연간 30만대 규모의 공장이 손익분기점을 넘어 이익을 남기려면 67% 이상의 생산가동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결국 현대기아차의 해외공장은 과도한 생산능력으로 인한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터키에 현지공장을 가동한 후 2009년까지 약 2억달러, 인도는 96년 12월 단독투자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투자금액 7억3000만달러가 소요됐다. 미국 앨라배마공장의 경우 2002년 4월 단독투자로 시작하여 현재까지 14억달러를 투자했고, 중국 베이징공장의 경우 2002년 5월에 5:5 합작으로 시작하여 2공장까지 포함하여 2009년까지 총 투자금액 8억670만달러를 투입했다. 체코공장의 경우 2007년 4월 착공하여 2008년 12월부터 생산가동에 들어갔으며, 그 당시까지 총 1조278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공장은 연간 15만대의 생산규모로 4억달러 투자하여 2011년에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며, 브라질 공장은 이미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현대기아차는 2009년 12월까지 총 8개국의 해외공장(11개 현지공장)을 설립하기 위해 약 75억달러(약 8조원 상당)를 투자했다. 이는 2001년 이후 현대기아차의 매년 경상이익을 2조원 정도로 추산하면 지난 8년 동안 그룹의 총 경상이익의 절반을 해외공장의 건설에 투자한 꼴이다.

◆ 해외 판매법인 출혈 ‘심각’ 

현대기아차의 해외 판매법인 또한 단순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해외마케팅전략으로 인해 채산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2008년 현대기아차의 해외법인(총 162개) 중 자본잠식상태인 해외법인의 수는 총 17개이며, 이 중 기아차 관련 해외법인이 12개에 이른다. 기아차 해외법인의 경우 2007년 말 해외자회사 총출자액은 1조3640억원이지만 현재 순자산가액은 204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손실은 대부분 해외 판매 자회사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1조1600억원의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기아 티모르, 기아 서비스 필리핀 등은 휴업상태에 있다.

현대기아차는 국내 판매시장에서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반면 해외시장에서는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감내하면서까지 저가할인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은 국내 및 해외지역 간 영업이익률의 차이로 드러난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국내 영업이익률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반면 유럽지역에서는 지속적으로 영업 손실을 기록하고 있으며, 북미의 경우도 0% 전후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다.

국내시장의 경우 판매대수에는 큰 변동이 없음에도 영업이익은 2006년 1조984억원에서 2009년 4조9239억원으로 무려 350% 증가했다. 하지만 유럽시장의 경우 2006년 419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후 2009년에는 무려 8866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북미시장 또한 2008년을 제외하고 일정하게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이 목표로 하는 수치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이는 해외 시장진입이 어렵다 하더라도 현대차와 기아차가 단지 시장점유율 높이기에 급급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으며, 그로 인한 해외시장에서의 영업 손실을 국내판매 가격 조작으로 폭리를 취해 해결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판매시장은 물론 부품시장에 대한 독점적 시장지배력을 악용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금속노조정책연구원 이상호 연구위원은 “자동차 수급시장의 독과점적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하겠지만 일차적으로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공정가격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이는 단지 정가제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인상요인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자료제시 및 공지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년간 추진된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톱 5 전략’은 해외시장의 점유율을 일정하게 신장시키는데 기여했을지는 모르지만 자동차의 질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국내산업 기반의 강화에는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해외 판매 및 해외생산으로 인한 수익성악화와 영업 손실을 국내 소비자들의 부담과 비용으로 전가하려는 기존 관행을 버리고, 과잉투자와 유발비용을 초래하고 있는 ‘글로벌 톱 5 전략’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