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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홍성흔의 공백이 주는 위기대처능력과 영향

최고의 활약을 펼치던 홍성흔(롯데)은 지난 15일 KIA와의 경기에서 윤석민의 공에 맞아 왼쪽 손등이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다. 롯데에겐 결코 오지 말아야 할 시기에 닥친 악재다. 홍성흔의 뜻하지 않은 부상 이탈은 팀 전력에 상당히 큰 구멍을 냈다.

홍성흔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뭐 어쩌겠어요"라며 애써 웃어보였다. 하지만 그의 미소 뒤에는 아쉬움의 그늘이 진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포커에서 올인을 걸어놓고 마지막 히든카드를 못보는 느낌"이라는 그의 표현이 현재 심경을 잘 설명해준다.

하지만 비록 야구선수 홍성흔은 잠시 휴업에 들어갔어도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엄청나다. '오버맨'이라는 별명답게 덕아웃의 활력소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이대호는 17일 "선수들이 성흔이형을 위해서라도 4강을 가야 한다며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 팀이 단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피말리는 4위 경쟁을 치르면서 집중력이 떨어졌던 선수들이 홍성흔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치고 있다.

롯데는 지난 2008년 7월과 2009년8월 정수근의 음주사건으로 큰 시련을 겪었다. 당시에도 지금처럼 한창 4위 싸움을 할 때 터진 일이라 전력의 손실은 물론 분위기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럼에도 롯데는 2년 연속 4강에 올라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비결을 정수근을 대신해2군에서 올라온 이인구가 그 구멍을 메워주며 금세 전력손실을 막아내며 가을잔치의 맛을 봤다.

롯데의 이런 위기대처능력으로 봤을 때 우선 홍성흔의 공백을 메워야한다. 그러나 중심타자의 공백을 메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롯데로서는 홍성흔의 빈자리가 당연히 크기만 하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홍성흔을 대신할 선수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1,2번에 김주찬과 손아섭 등 빠른 발 선수를 내세웠고 홍성흔 타순이던 3번에는 '원조 3번' 조성환을 기용했다. 로이스터 감독에 부응이라도 하듯 조성환은 17일 인천 SK전서 결승 투런포를 날리는 등 3번 복귀 신고식을 화려하게 치렀다. 확실히 타선의 무게감은 떨어져 보이는 대신 1~3번까지 빠른 타자가 나가기 때문에 기동력을 살릴 수 있고, 이대호 가르시아 강민호 등 4~6번의 거포가 있어 기동력과 파워를 겸비할 수 있다.

그 다음에는 앞으로 더욱 견제를 받게될 이대호의 수비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대호를 지명타자로 옮기고 정보명을 1군에 올리는 등 팀의 스타일을 조금 바꾸는 것으로 수정을 가했다. 이대호는 수비에 대한 생각없이 타격에만 집중할 수 있어 타석에서의 응집력을 더 높일 수 있게 됐다.

그 결과 17일 SK전에서 롯데는 지난 4년 동안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천적' 김광현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롯데는 최근 경기 가운데 가장 안정된 경기력을 보여줬다. 투수 김수완은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며 생애 첫 완봉승을 거두는 기염을 토했다. 이대호 조성환 김주찬 등도 중요한 고비마다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홍성흔의 빈자리를 메웠다.

경기 후 이대호는 "(홍)성흔이 형의 결장에 선수들이 더욱 잘하자고 뭉친 것이 오늘 같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며 달라진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손에 깁스를 한 채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홍성흔이지만 그가 덕아웃에 있는 것만으로도 롯데는 힘을 얻는 것처럼 보였다.

롯데는 2008, 2009 시즌의 여름 악재 속에서도 위기대처능력을 발휘해 오히려 똘똘 뭉쳐 4강을 이뤄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