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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 산산이 깨져 버린 ‘용산의 꿈’

오늘도 일정에 맞춰 사진 취재에 나섰다. 코레일의 기자회견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코레일은 삼성의 책임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용산 국제 업무 지구 개발 사업에서 삼성물산이 발을 빼면서 문제는 시작됐다. 정작 개발이 된다면 누가 이득을 얻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코레일의 대변인은 장문의 보도 자료를 읽어 내려갔다. 취재진들은 열심히 받아 적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그 순간 ‘쾅’하는 소리와 함께 큰 함성이 들려왔다. 용산 주민들이었다. 평온히 보도 자료를 받아 적고 있던 기자들의 눈빛이 한순간 문 밖으로 쏠렸다.

사진 기자들은 뛰어나가기 시작했다. 문을 막아서는 코레일 직원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성난 용산 주민들은 절규를 쏟아냈다. 순간 아! 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래 등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구나’ 용산 주민들은 3년여 동안 기득권 세력의 다툼 속에서 아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지낸 답답함을 절규로 쏟아낸 것이다. 그들은 드림허브에 동의서를 돌려달라는 대자보를 들고 자신들의 억울함을 외쳤다. 경비원들이 그들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성난 한 주민이 유리 탁자를 깨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많은 기자들은 그 장면을 카메라에 담고 ‘이것 특종이다‘라는 듯이 사진을 찍어댔다. 아마 저 깨진 유리처럼 그들의 심정도 산산이 조각나 버린 것이 아닐까? 앞으로 더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극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개발 사업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개발만을 생각하는 대기업과 정부는 정작 주민들의 현실과 여건을 한번쯤 고려해봐야 하는 것이 아닌지. 용산 역세권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한번 묻고 싶다. 코레일과 삼성의 책임론 문제로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개발지역 주민들의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부는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야 더 큰 용산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