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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사랑을 나누는 일은 그동안 없었던 일로, 6월 말에는 큰두루미가 두 개의 알까지 낳아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현재 큰물새장에는 천연기념물 199호인 황새를 비롯해 세계 희귀조류 19종 179마리가 살고 있다. 이 중 36마리의 두루미와 5마리의 큰두루미가 서로 어울려 살아가지만 짝짓기만큼은 같은 종끼리 짝을 맺어 사랑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두루미와 큰두루미는 이름은 비슷하지만 생김새와 자연에서 살아가는 곳이 달라 서로 만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큰두루미는 인도에서 필리핀제도에 이르는 남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등지의 늪과 습지에서 살아가는 텃새고, 두루미는 한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지를 오가는 철새이다.
그러나 이 둘은 모두 서울동물원 큰물새장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동고동락 해 온 사이로 지난 4월 말경부터 사랑을 나누는 모습이 사육사에게 목격되기 시작했다.
두루미는 큰두루미 곁을 맴돌며 짝짓기 자세를 보였고 큰두루미는 섬세한 구애춤을 선보이며 독특한 울음소리를 내는 등 암컷의 구애자세로 반응을 보였다.
이후 지난 6월 22일과 25일에 호수 위에 만들어진 섬 한 가운데 큰두루미가 두 개의 알을 낳아 알을 품기 시작했다. 큰두루미의 부화 기간이 31~35일인 점을 감안하면 이미 새끼가 부화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도 큰두루미와 두루미가 번갈아 가며 알을 품고 있다.
지인환 사육사는 "조류는 실제 짝짓기를 하지 않고도 산란이 가능하다며, 큰두루미가 낳은 알 역시 무정란이다"고 밝혔다.
이들의 특별한 사랑으로 낳은 알, 아무것도 모르는 큰두루미와 두루미는 건강한 새끼의 탄생을 위해 알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어미로서의 정성을 다하고 있다. 한 마리가 알을 품을 때면 다른 한 마리는 반드시 주위를 경계하며 다른 무리들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서울동물원은 이들의 특별한 사랑이 가슴 아프지만 알 보호를 위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큰두루미와 두루미의 건강을 위해 곧 알을 품에서 빼낼 계획이다.
두루미는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202호로 큰두루미와 함께 국제적으로도 보호받는 멸종위기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