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현대·기아차 현대건설 인수로 ‘정의선 체제’ 본격화

현대기아차그룹이 후계구도 강화를 위해 현대건설 인수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그룹 내부적으로 현대건설 인수준비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지며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후계구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KCC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현대기아차 그룹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전망돼 현대건설 인수가 내부승계 작업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점쳐지고 있다.

일단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받기 위해서는 지주회사가 될 계열사인 현대모비스나 글로비스의 지분을 확보해야만 한다. 그리고 지분확보를 위해서는 계열사를 합병하거나, 지분을 매입하는 방법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계열사 간 합병으로 지분을 확보할 경우 금감원의 승인이 필요하고 일각의 거센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인수한다면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막대한 현금을 손에 쥐게 되고 이 자금을 지분확보에 활용해 손쉽게 내부승계를 이룰 수 있는 것.

이와 관련 현대그룹 내부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의 계열사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이해하기 쉽다”라며 “핵심은 현대건설인수로 현대엠코가 우회상장 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고, 여기서 거둬들인 막대한 자금을 지주회사가 될 글로비스나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확보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현대엠코의 지분 구조는 정의선 부회장(25.06%), 정몽구 회장(10%), 글로비스(24.96%)가 대주주인데 글로비스의 최대주주가 정몽구, 정의선 부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엠코의 기업가치 상승은 곧바로 사주 일가의 이익으로 연결된다”라며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엠코를 합병해 우회상장하면 대주주들이 주식매각을 통해 엄청난 현금을 챙겨 이 자금을 현대모비스나 글로비스 지분을 확보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대건설인수로 엠코를 우회상장하고 이에 따른 현금을 지분 상속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하는 한편 계열사 간 순환출자를 통해 지배구조를 공고이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런 방식은 왕자의 난 당시 정몽구 회장이 경영권을 확보한 방법과 판박이라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울러 핵심 대주주인 정 부회장이 엠코의 지분과 엠코의 대주주인 글로비스의 지분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도 현대건설 인수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회상장을 통해 엠코의 대주주인 글로비스가 양질의 현대건설 지분을 갖게 되면 결과적으로 정 부회장의 자산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대기아차그룹이 현대건설인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정황들이 관측되자 경영권을 편법적으로 승계하려한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결국 현대건설 인수는 엠코를 상장시켜 정 부회장이 이끄는 글로비스의 몸집을 부풀리려는 의도”라며 “현대건설이 경영위기에 처했을 때는 모른 척 하다가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위해 현대건설 인수를 이용하려는 것은 대기업으로서의 도덕성이 의심 가는 대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