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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소기업 먹을거리 ‘위협’ 여전

기업집단 계열사는 줄어들었지만 흡수합병 및 지분취득 등에 의한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은 높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2010.8월중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변동현황'에 따르면 기업집단 수가 전월 대비 53개회사에서 52개 회사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주)이 현대오일뱅크(주)의 지분 70%를 추가 취득해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계열사가 줄어든 것처럼 보일뿐 실제 기업집단의 시장 지배력은 높아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30대 그룹 계열사가 지난 5년 동안 43.9%나 급증해 문어발 사업 확장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라며 "표면적인 수치보다 그룹지배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2005년 3월부터 2008년 3월까지 3년 동안 109개사(16%)가 증가했지만 2008년 이후 올해 3월 말까지 191개사(24%)로 계열사가 급증했다"라며 "공정거래법 완화 등 기업 관련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대기업들이 문어발식 확장 및 시장 지배력 강화에 적극 나선 것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롯데 등 6개 그룹사가 지분을 취득하거나 회사를 설립하며 총 13개의 소속회사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열사 증가 상위그룹에 롯데, 현대중공업 등 지분취득에 의한 계열사 확보가 두드러져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 등의 먹을거리가 위협받아 시장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기업호민관실 관계자는 "지난해 8월에도 대규모기업집단 소속회사 현황에서 중소기업 분야에 대기업이 신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올해 또한 사업영역이 카드결제 및 서비스업으로 확장되며 계열사는 줄었지만 영역은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번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롯데는 전자결제서비스업, 화장품소매업 등 소모성 자재나 서비스업에 대거 진출했으며, 현대중공업은 현대오일뱅크를 합병해 원유정재 및 화학제품제조업에서의 지배력을 대폭 높였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대기업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해 법적으로 규제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기업집단이 1,2차 협력업체 및 하도급 업체 사업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실제적으로 시장지배력 강화와 양극화를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무역협회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업 확장으로 중소기업이 고사위기에 처하며 국가 고용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라며 "대·중소기업 상생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기업집단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대한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