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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건설 수주 부익부 빈익빈 현상 가속화

최근 국내 주택경기 침체 속에 일선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잇따라 대형건설공사를 수주하며 고군분투하고 있다.

지난달 이란·리비아발 악재에도 불구하고 중동지역이 해외건설 수주를 이끌며 건설사들의 숨통이 트이는 모습이다.

이미 해외건설 수주액은 지난해 전체 수주액인 491억 달러를 돌파한 상황이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를 비롯해 중동지역에 대형 사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전체 수주액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외사업 수주가 일선 대형건설사들에 집중되며 건설사들 사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긴다는 날선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중소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중소기업의 해외건설 수주액이 29억 달러에 그치며 지난해 같은 기간에 올린 수주액 31억 달러보다 7%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중소건설협회 관계자는 “토목과 건축분야에서의 부진이 더 컸다”라며 “올해 중소 건설업체가 토목 분야에서 거둔 수주 실적은 7억3천756만 달러로 전년 동기 10억2천607만 달러의 70% 수준에 그쳤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해외사업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개별 기업의 영업력은 물론 정부의 물밑지원도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수주에 성과를 내며 활로를 찾은 모습이지만, 중소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해 오히려 해외수주 규모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왔다”고 성토했다.

건축 분야에서의 중소건설사들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올해 수주 실적 7억5천740만 달러는 지난해 13억6117만 달러의 절반을 겨우 넘은 수준인 것.

게다가 지난해 3억5천787만 달러와 9억800만 달러의 실적을 올리며 효자 종목으로 통했던 도로와 주택 분야는 올해 9천657만 달러와 2억4천92만 달러의 수주액을 기록해 지난해의 20%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 중소건설사 ‘지원’ 절실하다

이처럼 해외수주를 둘러싸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되는 이유는 기업 규모 상 중소 건설사들이 플랜트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이는 대형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기 어려운 중소건설사들이 도로와 주택 분양에 집중했지만 금융위기가 겹치며 전체 수주액 감소에 직격탄을 날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해외건설협회 중소기업수주지원센터 관계자는 “이런 문제 외에도 중소건설업체의 해외진출에 정부차원의 대책마련이 부족한 점도 대·중소 건설사들의 간극이 벌어지는 원인”이라며 “금융조달 능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의 경우 보증발급 절차가 필요한데, 아직 보증발급 시스템조차 모르는 건설사들이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소 토건업체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라도 각종 정책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라며 “대형건설사는 물론, 이와 관련된 협력업체들이 해외시장에 동반 진출해야 국내 건설사들의 활로가 마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대형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서 약진하고 있음에도 불구, 협력업체 동반진출에 무관심한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국정책금융공사(사장 유재한) 글로벌화 지원을 위한 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형건설사들의 측면지원 없이는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라며 “대형건설사들의 상생 의지만이 중소건설사의 프로젝트 수주 가능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