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한나라당 지도부들 간의 갈등이 지난 10일 한나라당 서민정책특별위원회(서민특위) 위원장인 홍준표 최고위원의 서민정책 중점 추진과제 발표과정에서 당청관계의 미묘한 시각차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홍준표 최고위원은 지난 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민정책을 끌고 가기 위해서는 정부와 일일이 조율하기보다는 당이 전격적으로 발표하고 끌어가야 한다"며 파격적인 서민정책 발표 의지를 보인데 대해 일부 지도부가 제동을 걸자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이후 지난 10일 홍 최고위원은 당사에서 서민정책발표 기자회견을 강행, "'공정한 사회'를 내걸며 서민정책을 하겠다는 것은 헌법 119조의 자유시장 논리를 제한하면서 출발하는 것"이라며 "그 제한이 합리적이고 합헌이고 타당한 지를 논의하는 것이 쟁점"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서민정책의 본질은 자유 시장경제 논리를 제한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서민 정책을 놓고 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들며 반대하는 것은 서민정책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그는 이어 "당에서 논쟁이 일 것이고, 정부와 당이 또 논쟁하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앞으로의 이 정부 하반기 국정 이념은 이런 방식으로 나갈 수 밖에 없다"고 말해 파장을 예고했었다.
이날 발표된 서민정책은 ▲등록금 산정의 세부 내역을 공시하는 등록금 부담 경감방안 ▲대·중소기업의 불공정한 하도급 구조개선을 위한 납품원가연동제 도입 ▲제한 시간 동안 택시의 버스전용차로 진입 허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앞서 김무성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개발언을 통해 서민특위와 관련해 "이것도 민주적 절차를 거쳐야 된다. 아무리 좋은 안이라도 일방적 결정과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었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OECD에 가입에 대한 일례를 들며 "한 쪽 면만 보고 옳다고 해서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법을 개정하게 되면 바로 그런 국제기준에 미달하게 돼서 오는 더 큰 국가적 손실이 있다"면서 "반드시 당 정책위의 합의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나라당은 지난 전당대회 직후 안상수 대표와 2위 홍 최고위원 사이의 갈등 국면이 인사청문회 등 각종 현안들로 소강국면에 접어들었다가 이번 서민정책발표에서 또 다시 갈등이 야기돼 지도부간의 합의가 더욱 절실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