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발생 9주년인 11일(현지시간) 미국 전역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그 중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쌍둥이 빌딩이 붕괴된 `그라운드 제로' 현장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및 희생자 유가족 등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아침 일찍부터 추념식이 열렸다.
경찰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슬람 사원 건립에 대한 찬반 양측의 시위대가 충돌할 것을 우려, 그라운드 제로 주변에 삼엄한 경비를 펼치기도 했다.
한때 일부 희생자 유가족들이 이슬람 사원 건립 등에 대해 분통을 터뜨려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지만 대부분 엄숙한 분위기에서 추모 행사가 진행되었다. 9년 전 테러범들에게 납치된 첫 번째 항공기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충돌한 시간인 오전 8시46분에 추모 종소리가 울려 퍼진 후 3천명에 가까운 희생자들의 이름이 하나 하나 낭독됐으며 유가족들은 슬픔을 억누르지 못하고 흐느꼈다.
이날 아일슨 로(39)라는 여성은 취재진을 향해 테러로 희생당한 여동생의 사진을 치켜들면서 "오늘만큼은 오직 9년 전 희생당한 내 동생과 다른 사망자들을 위한 날"이라고 외쳤다. 당시 테러로 아내와 조카를 잃은 치아치아로(67)씨도 "이슬람 사원은 무슬림들이 전쟁으로 획득한 지역에 짓는 것"이라면서 "이는 정복의 상징인데 왜 굳이 이곳에 그런 상징물을 세워야 하는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9.11 테러 당시 184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방부 펜타곤 건물 앞에서 열린 추념식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미 합참의장 등 군 지도부 및 희생자 유가족 등이 대거 참석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9.11 9주년을 맞아 미국 내에 심화된 종교갈등을 겨냥해 "우리는 하나의 국가이자 하나의 국민"이라고 미국민들의 단합을 촉구하면서 9.11 테러는 이슬람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테러집단의 소행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날 우리를 공격한 것은 종교가 아니라 알-카에다"라면서 "미국인으로서, 우리는 결코 이슬람과 전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미국의 적은 이슬람이 아니라 알-카에다와 극단주의 단체"라면서 "미국민들은 서로 공격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