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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덕·체 겸비한 글로벌 리더 양성하겠습니다"

『 무더위가 한 풀 꺾인 날씨임에도 기자가 찾은 한국체육대학(이하 한국체대)의 열기는 후끈했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말처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운동에 매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체대 학생들은 운동만 하지 않아요. 지·덕·체를 겸비해야만 전인교육의 장을 열 수 있다는 총장님의 뜻에 따라 한손에는 책을,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두 눈은 미래에 대한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운동장을 뛰고 있던 학생이 기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김종욱 총장의 전인교육에 대한 의지가 학교 안에 가득 찬 모습이다. 본관 2층으로 올라서자 총장실이라는 안내문이 소박하다. 기자를 환대하는 김 총장에게서 교육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운동이나 책을 읽는 일이나 똑같습니다. 노력이 필요하고, 열정이 필요합니다. 한국체대가 꿈꾸는 인재상은 지·덕·체를 겸비한 한국의 리더십 그것입니다” 본지 인터뷰에 응한 김 총장 첫 말. 그만큼 그는 전인교육(全人敎育)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

◆ 차세대 리더를 키워라

김 총장은 ‘공부하는 운동’을 강조한다. 엘리트 체육인을 넘어 차세대 리더를 키우는 것이 한국체대의 목표라는 그의 의지 때문이다.

체육학과 학생들은 매일 교양과 전공수업을 빠짐없이 수강하고, 이에 대한 평가를 철저히 거친다. 더불어 본인의 주 종목 훈련을 병행하며 매일 치열하게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 있다. 운동선수는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최종목표가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총장은 ‘절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차세대 리더는 한쪽 분야에 탁월하다고해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교육이 왜곡돼 있다고 평가받는 이유는 시험을 보기 위해 시험기계들이 양산되고, 운동선수는 책을 볼 필요가 없다는 세간의 편견 때문입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영국의 이튼스쿨을 보면 알 수 있듯, 진정한 리더는 지·덕·체를 겸비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한국체대는 차세대 리더를 키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런 학교 분위기를 반영하듯 학생들은 국가대표에 선발돼 태능선수촌에 입촌하더라도 매일 아침에 스쿨버스로 등교, 정규수업을 받도록 돼 있다. 또 국가대표로 선발돼 전지훈련, 출전 등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 리포트나 e-러닝 교육 등을
통해 부족한 수업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전격지원하고 있다.

‘교수학습개발센터’ 운영도 시·공간을 초월해 책을 손에서 놓지 말라는 학교 측의 배려라는 게 김 총장의 부연설명이다. 김 총장은 이와 관련 “운동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성취감과 인내력은 리더의 자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잣대”라며 “우리학교 학생들은 단순한 운동선수를 넘어, 사회저변 곳곳에서 모멘텀을 이끌어가는 르네상스형 인재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 한국체대의 미래는 ‘사람’

사람을 강조하는 김 총장의 교육철학은 이번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실하게 드러났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한국은 이번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로 종합 5위를 차지하며 사상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특히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부분에서 약진을 보이며 한국체대가 올림픽의 기적을 이끌어냈다. 놀랍다는 기자의 반응에 김 총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교수와 학생과 지원이 만들어 낸 결과일 뿐이라고 자세를 낮췄다.

이에 대해 김 총장은 “한국체대는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합니다. 재능을 보고 가능성을 키우는 것이 바로 교육의 본분인 셈이죠. 사실 재정적 한계 때문에 일찍이 인정을 받은 국제스타급 선수들을 데려오진 못 합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재정한계에 대해 김 총장은 전혀 아쉬운 기색이 없는 모습이다. 한국체대가 약진을 거듭하며 엘리트체육을 선도하고 있음에도 불구, 적극적인 지원이 부족한 점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 총장은 손을 내두른다.

“아닙니다. 우린 다듬어진 보석을 찾기보다, 원석을 찾아 재능을 꽃피우게 하는 게 교육의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을 발굴해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며 이들을 어엿한 체육인으로 키워내는 것이 한국체대의 자랑입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만큼 사람을 중시하는 김 총장의 교육열정이 곳곳에 뿌리내렸기 때문에 가능한결과다.

교육자로서 모든 교육은 영역에 관계없이 일맥상통하다는 것이 김 총장의 지론이다. 선수로서 필요한 스킬을 습득하고 이와 관련된 이론을 배우며 세상을 살아가는 열정과 마음가짐을 모두 가르쳐야만 전인교육이 실현될 수 있다는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한국체대는 단순히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운동기계를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라며 “무엇보다 정신과 태도 즉 덕(德)을 강조하며 세상에 기여할 수있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 한국의 이튼스쿨을 꿈꾸다

한국의 이튼스쿨(Eton College)을 꿈꾼다는 김 총장은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국가 발전을 위한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한국체대가 엘리트체육인의 산실을 넘어 교육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롤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김 총장의 신념이다.

“이튼스쿨은 전인교육을 통해 지·덕·체를 겸비한 인재를 키우는 것에 지원을 아끼지않습니다. 이어 그는 “아쉬운 점이라면, 한국체대에서 배출한 이런 인재들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운동선수로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더라도 전인교육의 결과인 이들이 사회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다.

지금 한국체대는 한국 엘리트체육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옴은 물론, 글로벌 경쟁 시대에 부합하는 창조적인 인재들을 키워내는 데 앞장서고 있다.

각종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금메달의 30%이상을 책임지며 경기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임은 이미 입증됐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김 총장의 욕심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습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엘리트체육의 선두에서 국위선양에 앞장서는 한편, 스포츠 지도자, 전문 컨설턴트 등 세게 곳곳에 진출해 그들과 경쟁하며 진짜 리더의 모습을 보여줄 것입니다”라는 김 총장의 말처럼,

인터뷰 말미 내일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한국체대 학생들의 모습이 자랑스러운 것은 비단 기자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짧은 인터뷰가 끝난 뒤 기자를 배웅하며 캠퍼스에서 마주친 학생들을 바라보는 김 총장에게서 무한한 애정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김종욱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약력
▲ 한국체육대학교 총장
▲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사
▲ 홍콩동아시아대회 대한민국 대표선수단장
▲ 대한체육회 이사
▲ 서울시체육회 부회장
▲ 한국체육대학교 대학원장
▲ 한국체육대학교 교무처장
▲ 한국체육학회 이사
▲ 한국사회체육학회 부회장
▲ 국가대표 카누코치
▲ 한국체육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