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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응찬 회장, 치열한 공방 끝 판정승 …'분열'은 진행중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14일 신상훈 사장을 '직무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사장 직무대행은 라응찬 회장은 겸하기로 했다.

이날 오후 2시에 시작된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5시간에 걸치 마라톤 협의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이사회에는 12명의 사내·외 이사 중 11명이 직접 참석했고 히라카와 요지 선이스트플레이스 코포레이션 대표는 화상으로 회의에 참가했다. 12명 이사 중 10명이 직무정지에 찬성했고 1명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성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후 기자회견에서 “이사회에서는 진의를 판단할 입장이 아니고 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전 의장은 “그러나 현재 상태론 시장 불확실성 크고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대부분 이사들이 신 사장의 직무정지안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날 이사회는 16층 전체를 봉쇄하는 철통 보안 속에 열렸다. 회의에서는 한국어, 영어, 일어가 함께 사용되면서 원활한 진행이 어려웠던 것을 전해졌다.

이날 이사회 시작 전 신한은행 노동조합이 피켓 시위를 하려는 등 신한금융이 극도로 분열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사회 진행 어떻게 이뤄졌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전성빈 이사회의장의 개회사에 이어 라 회장과 신 사장, 이백순 행장 순으로 모두 발언이 있었다.

라 회장 측인 원우종 신한은행 감사와 컨설팅회사 담당자가 증인으로 나서 사외이사들에게 신 사장의 배임과 횡령 의혹에 대해 1시간 가량 설명했다.

이어 4시 20분께 양측 참고인이 모두 물러난 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이후 본격적으로 안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에 대해 신상훈 신한금융지주 사장은 자신에 대한 배임 및 횡령 혐의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또 신한은행의 고소절차에 대한 위법성도 지적했다.

신 사장 측은 이날 오후 이사회가 끝나기 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사회 설명자료' 문건을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에 따르면 신 사장 측은 2006년 2월28일 금강산랜드에 대한 228억원 부당대출 혐의에 대해 당시 본건이 신 사장의 결재라인에 있지 않았으며, 본점 여신심의위원회 전결에 의해 처리돼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홍충일 금강산랜드 대표가 신 사장의 친인척이라는 신한은행 측 주장에 대해선 가계도를 제시하며 "친인척 관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신 사장 측은 투모로그룹에 대한 '210억원 불법대출' 혐의와 관련, "2006년 엔화대출로 전환한 뒤 엔화가 상승하면서 추가 대출이 없이 265억원의 증가분이 대출 잔액에 포함됐다"고 해명했다.

또 신 사장이 이희견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6600억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이 명예회장에게 대부분 지급했으며 나머지는 명예회장의 동의하에 은행 영업상 사용했다"고 말했다.

특히 신 사장 측은 '고문료 중 일부를 라 회장도 사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고문료를) 명예회장 귀국 시 비서실장을 통해 또는 라 회장에게 직접 1회당 1000~2000만원 정도를 전달해 5년간 총 7억1100만원을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신한은행의 고소절차와 관련, "당사자의 충분한 소명 청취, 진상규명 절차 없이 특정인의 진술에만 의존해 일방적으로 고소했다"며 "여신 심의는 참석한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됐음에도 일부 위원만 선별적으로 고소한 점은 특정 의도가 있다"고 위법성을 지적했다.

◆'신한 분열' 아직도 진행형

신한사태가 주주들의 결의도 일단락 됐지만, 아직 검찰 수사 결과가 남아있다.

검찰은 신한은행의 고소장을 접수한 후 신 사장에 대한 조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으며, 신 사장은 피고소인 자격으로 곧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또 금융감독원도 신 사장에 대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 조사를 곧 시작할 전망이다.

라 회장과 신 사장 모두 금융감독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의 경영권 안정은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진의 권력다툼으로 비화된 이번 사태로 30년에 걸쳐 쌓아올린 명성이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며 "한 번 금이 간 조직을 다시 단합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