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다툼으로까지 비화되며 지난 13일간 내홍을 겪어오던 신한금융이 신상훈 사장의 직무정지 수준에서 일단 파국은 면하게 됐다.
결국 이사회 표대결에서 라응찬 회장이 '상처뿐인 승리'를 거머쥐게 됐지만, 아직 검찰 수사 결과가 남겨져 있어 사태의 향후 추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14일 긴급 소집된 신한금융이사회는 5시간 가까운 격론 끝에 표대결을 벌여 11대1로 신 사장에 대한 직무정지를 의결했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이사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이사회가 (신 사장 고소건에 대한) 진위를 판단할 입장에 있지도 않고 해서도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현 상황에서 신 사장이 정상적으로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직무정지안을 의결했다"고 말했다.
신 사장은 이사회의 결정과 관련 "서운하지만 이사회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신한사태의 공을 넘겨받은 검찰의 움직임은 조심스럽다.
신한지주는 현재 수뇌부 3명(라 회장, 신 사장, 이백순 행장)이 모두 소송에 걸린 상황이다. 라 회장과 이 행장은 13일 시민단체와 재일동포 주주들로부터 각각 고발과 해임 소송을 당했다. 앞서 신 사장은 신한은행으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그동안 검찰은 신한금융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내부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사태를 `관망'하며 기초 조사에 치중하는 모양새를 보였지만, 이사회가 공을 검찰로 넘긴 만큼 이제 `실체규명'을 위한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일 접수된 신 사장 등 7명에 대한 `횡령ㆍ배임' 고소 사건과 5개 시민단체들이 낸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에 대한 `금융실명제법 위반' 고발 사건을 모두 금융조세조사3부(이중희 부장검사)에 맡겨 동시 수사중이다.
횡령ㆍ배임 사건에서는 438억원의 부당 대출로 은행에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와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지급할 자문료 15억여원을 횡령했다는 혐의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라 회장의 실명제법 위반 혐의를 조사 중이어서 검찰은 금감원의 조사 결과도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신한지주의 리더십 공백은 불가피해 보인다. 향후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조직이 또 한번 술렁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이번 사태가 정치권 공방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야권에서는 이번 사태를 '배후권력이 민간은행을 지배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포라인'과 신한지주와의 연관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15일 금융위원회 진동수 위원장이 경영권 승계다툼으로 해석되고 있는 신한금융지주 사태와 관련해서 관계자들의 책임을 거론하고 나섰다.
진 위원장은 이날 하얏트호텔에서 개최된 ‘이코노미스트 콘퍼런스’ 기조연설을 마친 뒤 신한금융사태에 대해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고 강한 경고메시지를 전달했다.
특히 그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표적인 금융회사인 신한은행이 사회문제가 된 것은 매우 유감이다”라며 “이번 사태 발생에 대해 관계자는 다 책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신한금융은 더이상의 조직 내분을 막기 위해 신한금융지주 부장단 1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부장단 회의를 열고 조직 추스르기 수순에 들어갔다.
일단 신한금융은 신 사장의 이사직은 유지되는 만큼 이사 사무실을 신한금융 내 별도로 마련키로 했다. 신 사장은 이날 오전 9시쯤 정상적으로 출근해 집무를 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