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저가항공 시장이 거대해지면서 각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저가항공 시장은 지난 2005년 8월 31일 한성항공이 청주-제주 노선을 첫 비행, 시작한 지 5년 만에 첫해 0.1%에 그쳤던 수송분담율이 34%에 달하며 급성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은 끊임없는 성장으로 항공업계의 '다크호스'로 등장,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으로 양분되던 항공업계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저가항공사를 대표하는 업체는 제주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등이 있다. 이외 국내 최초의 저가항공업체였던 한성공항도 티웨이항공(t'way air)으로 이름을 바꾸고 16일 제주-김포 노선에 치항하며 경쟁에 가담하고 있다.
저가항공 시장은 나날이 거대해져 15일 국내의 저가항공업계 제주항공은 2006년 6월에 취항한지 4년 3개월만에 누적 탑승객 5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같은 상황을 반영, 제주항공은 노선확대 및 항공기를 추가도입한다고 밝혔다. 이 외 다른 저가항공 업체들도 노선확대 및 항공기 도입을 통해 수익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저가항공시장은 급성장을 이루었지만 이들의 도전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전문가들은 "저가항공시장이 나날이 커져감에 따라 업계들이 수익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성장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며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물을 넘어야 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관련 "글로벌 저가항공사들이 한국시장진출을 위해 시시각각 기회를 엿보고 있고 또 국내저가항공사들은 서로간 과잉경쟁에만 몰두해 있어 문제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글로벌 경쟁 업체들의 위협
한국항공진흥협회 항공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내 항공 수요는 5000여만명(국내선 1806만명, 국제선 3351만명)에 달한다.
이는 인구수 대비로 보면 중국보다 높은 수치이고 투입대비 산출되는 이익이 크기 때문에 글로벌 외항사들은 시시각각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일본의 ANA(전일본공수)는 홍콩의 퍼스트이스턴투자그룹과 공동으로 올해말 저가항공사를 설립할 계획이고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x 등도 가담해 국내저가항공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비 국내 저가항공사들은 '몸집 불리기'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다는 전략을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최근 보잉사에 신규 비행기 주문 계약을 넣는 등 외연 확대작업에 돌입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동남아나 일본 거대 저가항공사들이 국내시장에 진출하게 되면 자체 경쟁력을 높이지 않을 수 없다"며 "규모를 확대하고 점차 수익을 늘려가 해외업체와의 경쟁에 대비할 것이다"고 밝혔다.
진에어 역시 대한항공으로부터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B737-800 기종 5대에 2대를 더 추가한다는 계획이다. 에어부산 역시 에어버스사의 A320(190석)기종을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연이어 '몸집 불리기'에 열중하는 이유는 노선과 항공기의 확대를 통해 수익을 늘리고 이를 바탕으로 자본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단지 규모를 크게 한다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며 "저가항공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렴한 가격'이다. 이를 간과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내저가항공사의 가격은 대형항공사의 75% 수준이지만 해외 저가항공사들은 50%수준이다"며 "가격이 비싼 저가항공사는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다. 단가를 낮추는 것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고 밝혔다.
◆국내업체들간 경쟁, 자멸할 가능성도 있어
이와 같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간 과잉경쟁은 무의미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선을 제외한 국내선은 김포-부산-제주를 잇는 노선으로 제한된다. 이처럼 같은 노선을 운행하는 국내업체만 여러 곳인것은 낭비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투기자본의 유입설까지도 흘러나오는 상황이어서 업계의 건전성 마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간 출혈경쟁으로 가까스로 형성된 저가항공사들이 한 순간 자멸할 수도 있다"며 "서로가 상생협력하여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업체간의 과잉경쟁으로 인해 선도 기업이었던 한성항공과 영남에어 등 일부 업체들은 경쟁력을 잃고 시장에서 아예 밀려난 과거가 있다. 또 취항을 준비하던 코스타항공과 중부항공, 인천타이거항공 등은 날개를 펴지도 못한 채 사라졌다.
후발주자였던 제주항공과 진에어, 에어부산은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과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여러 위기들을 잘 극복해냈지만 앞으로 과잉경쟁이 지속된다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저가항공 업계가 주목을 받으면서 너도나도 뛰어들어 과잉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이는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글로벌 경쟁업체와의 경쟁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을 고려, 국내저가항공업체들의 상생전략이 필요하다"며 "국내선뿐 아니라 국제노선 등의 협력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방법이다"고 밝혔다.
◆국제선, 수익높은 신규노선 찾아야
저가항공사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 저가항공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국제노선운항에 눈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선운항의 가장 큰 특징은 비수기와 성수기의 구분이 없다는 점이다. 20~30대 젊은 여행객들이나 비즈니스 고객이 많아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수요층을 확보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수익이 높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국내저가항공업체들은 국제선 운항 확대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항공은 인천-오사카·기타규슈, 김포-나고야·오사카, 인천-방콕 이외 오는 10월 27일부터 인천-홍콩, 인천-마닐라, 부산-세부 노선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진에어도 방콕·괌 노선 외에 필리핀 클락 노선을 추가할 것이라 밝혔다. 또한 티웨이 항공 역시 내년 상반기에 일본·중국 등 동북아 노선과 동남아 노선까지 진출할 계획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서 국내저가항공사들과 글로벌 경쟁업체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일본, 태국 등 단거리 국제선 취항을 시작한 저비용 항공사들은 값싼 운임을 내세우며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에 대비 국내저가항공사들은 국제선 시장의 높은 진입벽을 넘기위해 자금을 끌어모으며 싼 요금을 내세우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국제노선은 이미 다른 항공사에서 운항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해외 저가항공사들까지 몰린다면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고객의 수요가 분산될 것이고 운임인하경쟁은 불가피 할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계속된 운임인하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상황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이에 대비 경쟁 상대가 많지 않은 신규 노선을 찾는 것도 한가지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