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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복구지원 늑장대응…여기저기서 불만 토로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대에 기습폭우가 쏟아지면서 수해 복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5일이 지난 25일 강서구 화곡6동에서는 수해복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유는 이 지역 자영업자들이 구청의 복구작업 늑장 대응에 분통을 터뜨린 것.

강서구청 사거리 인근 골목에는 지형이 낮은데다 배수마저 원활치 않아 이번 폭우에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지역은 음식점, 주점, 세탁소, 미용실 등 30여개 소규모 업소들이 밀집해 있어 자영업자들이 영업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구청 사거리 앞 고층건물들은 피해복구를 마무리하고 영업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와 반대로 뒤편 골목 자영업자들의 모습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 지역에는 기습적인 폭우로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가게 전체가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고 상인들은 아직 수해로 인한 피해를 다 복구하지 못해 상심한 모습이 역력했다.

피해가 크다보니 상인들의 힘만으로는 복구작업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지원에 대해 "구청 측이 아직 결정된 바 없다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전날인 24일 오후 3시께 현장조사를 나온 구청 조사관들은 "서울시에서 지침이 내려와야 지원이 가능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들은 수해 피해 파악에만 분주할 뿐 피해 지원금에 대한 안내에 대해서는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이에 피해상인들이 구청측에 불만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이 지역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C샤브샤브 전문점 사장 김미숙씨(52·여)는 물난리로 폐허로 변한 음식점을 보고 넋을 잃은 표정이었다.

김씨의 가게는 지하 1층에 위치한 탓에 음식점 내부가 완전히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해 벽체와 천장은 모두 무너졌고 내부 집기류(에어컨, 밥솥, 가스렌지, 냉장고)가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됐다. 음식점 내부는 널브러진 집기류와 무너진 벽체로 발디딜 틈 없었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김씨는 "피해 액수만 1억2000만원에 달한다"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길에 나앉을 판"이라고 한탄했다.

같은 건물 약 6.6㎡(2평) 남짓한 지하방에서 생활을 하며 가게를 운영하던 김씨 부부는 살던 방마저 폭우로 물에 잠겨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됐다.

맞은편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곽태섭씨(55)도 가게 내부에 물이 유입돼 피해를 입었다.

그러나 정작 곽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은 침수 피해가 아닌 피해 복구 중에 아들이 다친 것이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연휴 첫 날 가족을 찾은 아들 윤종씨(26·직장인)는 가족들의 침수피해 소식을 접하고 복구작업을 벌이다가 하수구에 빠져 다리와 허리에 타박상과 찰과상을 입었다. 허리까지 차오른 물로 인해 맨홀 뚜껑이 열려 그 사이로 발을 헛디딘 것이다.

곽씨는 "이 지역 배수가 잘 안 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대로 방치해 놓을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재산피해면 몰라도 사람이 다쳤는데 코빼기도 안 비치는 것을 보면 참 한심스럽다"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인근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서삼숙씨(52·여)는 가장 큰 이익이 나는 '민속 명절'에 오히려 15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었다. 집중호우로 인해 분쇄기, 절단기, 세척기 등 기계 20여대가 고장났고 쌀 5가마, 잡곡 6가마, 고추 400근이 물에 젖었다.

서씨는 "대목인 추석 때 하루도 영업을 못해 손실이 막심하다"며 "기계가 모두 고장나 앞으로 일주일은 더 쉬어야 할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이어 그는 "구의원이나 시의원들은 와서 힘내자는 말만 하고 간다. 구체적인 지원계획이 나와야 힘이 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자영업자들의 비난 속에 강서구청 측은 "수해로 피해가 접수된 곳만 3000여곳에 이른다"며 "가용 인력 250여명을 모두 동원해 휴일 없이 피해지역을 방문하고 있지만 현재 1500여곳 밖에 조사하지 못했다"고 해명한 뒤 "주택과 달리 상인들에 대한 피해조사는 직원수 20여명의 지역경제과에서 따로 담당하기 때문에 속도가 더디다"는 말만 거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