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떨어졌던 비(非)강남권이 올해는 상대적으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전세 시장 흐름을 이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아파트 전세금 상승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광진구로 작년 말보다 7.8% 올랐다.
이어 영등포구(7.5%)와 성동구(6.6%)가 각각 2위, 4위를 기록했다. 강남권에서는 송파구(6.7%)와 강남구(6%)가 각각 3, 5위에 올랐지만 서초구(4.5%)는 서울 전체 평균(4%)을 조금 웃도는 수준의 상대적으로 낮은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전세금 상승폭이 크지 않았던 서대문구(5.4%), 마포구(4.7%), 동작구(4.6%), 구로구(4.6%) 등이 올 들어 강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비강남권의 전세금 강세는 가을 이사 시즌을 앞두고 본격화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광진구의 경우 지난 7월 하락했던 아파트 전세금이 8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섰고, 서대문구는 7월 0.18%에서 8월 0.3%로 상승 폭이 배 가까이 커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른바 '역(逆)전세난'이 벌어졌던 지난 2008년 말 싼값에 강남권과 여의도 등에 입주했던 세입자들이 전세 만료일이 다가오면서 급등한 전세금을 감당하지 못해 대체 주거지를 찾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82㎡형)는 지난 2008년 말 2억3000만원 안팎이던 전세금이 현재 3억2000만~3억3000만원 정도로 1억원 이상 올랐다.
잠실지역의 다른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일부 세입자는 은행 대출을 통해 재계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력이 없는 세입자는 주변 지역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광진구 자양동의 S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가을 이사철이 지난 이후 강남에 직장을 둔 수요자들이 몰리기 시작했지만, 올해는 지난달부터 일찌감치 전세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와 구로구는 여의도에 직장을 둔 세입자의 문의가 많고, 서대문구와 마포구는 도심권, 광진구와 성동구는 강남 출퇴근 직장인들의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이 마무리되는 다음 달 중순 이후에는 전세 시장이 다소 진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겨울 방학 이사 수요가 시작되는 12월부터 또다시 전세금이 급등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관련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예전에는 전세금이 상승하면 일부 세입자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전세 수요가 조정됐지만 최근 집값 하락으로 이런 조정마저 기대할 수 없어 전세난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