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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사업 적신호…건설사들 '자금조달'도 벅차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사업에 적신호가 켜졌다. 최근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자발적으로 사업권을 포기한 삼성물산의(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 사례처럼 PF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사들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반기 이르러 미입주 물량이 속출하고 있고 완공 이후 완납해야 하는 PF자금 규모도 만만치 않아 건설사들의 유동성은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해지며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이와 관련 건설협회 관계자는 "추석 이후 건설사들 사이에서 자금조달을 위한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지난 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행하는 1조1천억원 규모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을 포함, 총 1조6천492억원의 회사채가 발행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극도의 유동성 악화를 겪으며 파산직전까지 몰렸던 경험이 있어 미리 PF와 관련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특히 하반기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미입주 물량에 대한 자금지원이 급박해진 것도 건설사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PF사업일 경우, 아파트가 완공되면 은행으로부터 받은 PF자금을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자동적으로 생기게 되는데 수도권과 지방의 입주 포기 물량이 증가하며 막상 자금 상환시점에 유동성이 딸리는 사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분양이 충분히 이뤄지면 손에 쥘 수 있는 현금으로 PF자금을 상환할 수 있지만 지금처럼 미분양사태가 지속되면 막상 자금을 상환해야할 시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라며 "시장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은행권에서 먼저 대금을 상환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는 것도 건설사들의 위기감을 부추기고 있다"고 진단했다.

◆ 시장불확실성이 단초 제공

이처럼 건설사들 사이에서 PF사업을 놓고 위기감이 커져가는 이유는 시장불확실성에 의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론이다.

미분양 사태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하도급업체에 지불하는 공사대금 또한 건설사들의 부담인 상황에서 미리 자금 확보를 해놓지 않으면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회사채를 발행한 현대산업개발은 발행배경으로 원자재 대금 납부를 언급했고 롯데건설 역시 운용자금을 이유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특히 시장불확실성이 커지며 은행권이 먼저 대금납부를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가며 건설사들의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금융권이 상시적 구조조정을 천명한 가운데 연말정산 등을 앞두고 건설사 등 위험업종에 대한 ‘모니터링’이 있을 수 있다는 불안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한편 PF사업의 사업성이 악화되는 것도 건설사들의 위기감을 키우는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LH가 사업성 악화 및 재정불안을 이유로 줄줄이 사업을 포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PF사업의 수익성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자금조달에 대한 압박을 부추기고 있는 것.

이와 관련 현대증권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게 되면 가용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생겨 건설사의 생사(生死)가 갈리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