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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금융상품 '봇물'에도 갈 곳 없는 저신용자들

최근 서민전용 대출상품들이 잇따라 출시되며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저소득·저신용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 서민금융 활성화 정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높은 신용등급 대출은 증가한 반면 낮은 신용등급은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금융당국과 한국신용정보에 따르면 전체 금융거래자에 대한 1~10신용등급 분류에서 '최우량 등급'인 1~2등급자의 지난 2분기 신규대출 금액은 17조4647억원으로 전분기의 15조9049억원에 비해 9.8% 증가했다.

반면 '위험 등급'인 9~10등급자 신규대출은 2분기 7926억원으로 전분기의 8917억원보다 11.1% 줄었다.

지난 6월 말 현재 9~10등급자는 166만8943명으로 전체 금융거래자의 4.35%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서민들을 위한 금융상품인 '미소금융'과 '햇살론'의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와 관련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있는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등급기준이 몇 등급 이하로 명시돼 있기 때문에 대출기관의 입장에서도 될수 있으면 신용이 좋은 우량등급자를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9~10등급자들, 대부업체도 '외면'

결국 은행권 대출 이용이 어려워진 9~10등급자들은 대부업체로 다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지만 이곳에서도 상황이 여의치만은 않다.

대부금융협회가 60개 대형 대부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고금리가 44%로 인하된 지난 7월21일부터 8월31일까지 대부업체 대출을 받은 사람 중 9~10등급자 비중(대출건수 기준)은 12.9%로 집계됐다.

이는 최고금리가 연 49% 시절이던 2007년 10월4일부터 2010년 7월20일까지 9~10등급자 비중 15.1%와 비교해 2.2%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반면 신용 중하위층인 5~8등급자의 비중은 증가했다. 등급별로 5등급자 비중은 종전 11.8%에서 12.2%로 0.4%포인트, 6등급자는 18.1%에서 19.1%로 1.0%포인트 높아졌다.

또 7등급자 비중은 28.5%에서 29.2%로, 8등급자는 22.5%에서 23.2%로 0.7%포인트씩 올라갔다.

대부업 최고금리가 인하된 이후 대출 신청자 중 실제 대출을 받는 사람의 비율인 대출 승인율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새희망홀씨대출' 실효성 의문

지난 5일 은행권이 연 11~14% 금리를 적용하는 서민전용 대출상품인 '새희망홀씨대출'을 내달 선보인다고 밝혔지만 그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의문표가 붙고 있다.

이 상품은 신용등급 5등급 이하로 연소득 4000만원 이하인 자 또는 연소득 3000만원 이하인 저신용·저소득 서민층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각 은행들이 전년도 영업이익의 10%를 매년 서민대출지원에 활용한다는 방침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대출금리도 은행 자율권에 맡기는 등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다. 이는 은행권의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 기피 현상을 제재할 방도가 없다는 말이다.

여기에 `햇살론'이 출시 2개월만에 대출액 1조원을 넘어서며 보증 재원 마련에 비상등이 켜지자 서민대출 지원 사업의 앞날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햇살론이 출시된 지난 7월26일부터 9월6일까지 31영업일 동안 지원 실적은 총 7만2347건에 6471억1000만원이었다.

이후 이달 5일까지 3만8366건에 3722억3000만원이 추가로 지원돼 총 지원액은 11만713건에 1조193억4000만원을 기록했다.

한편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서민금융서비스(소액 신용대출) 이용 경험자 53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민금융서비스의 향후 개선방향과 관련 ‘대출금리의 인하’가 41.1%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 낮은 신용도·소득자에 대한 대출가능성 제고(22.0%), 대출절차의 간이화(14.9%), 대출한도의 증액(14.7%), 정확한 대출정보의 제공(4.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