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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 ⑤ 소설가 박범신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

"불같은 삶을 끝내고 물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

소설가 박범신(64)이 서울 광화문 해치마당에서 열린 서울 G20 정상회의 개최 기념 강연회 '대한민국 선진화, 길을 묻다'에서 '사람으로 아름답게 사는 일'이라는 주제로 이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박범신은 "우리나라는 지난 5~60년대에 가난으로 국민들이 모두 힘든 삶을 살아왔는데 50년이 지난 뒤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빠르게 성장했다"며 "대한민국이 빠르게 발전한 원인은 우리 국민들이 반세기 동안 불처럼 살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불처럼 살아왔지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물의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0년 동안 우리의 핵심적인 전략은 불의 정신이다"고 말한 박범신은 "반세기 동안 국민들은 엉덩이에 불을 하나씩 매달고 살아왔다. 뜨거우니까 앞으로 질주하며 살아온 것처럼 악착같이 살았다"며 "이는 국민들이 가난 때문에 받은 상처가 있었기 때문에 불처럼 살았다"고 설명했다.

"불처럼 뜨겁게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는 빠른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뤘다"고 말한 박범신은 "불의 삶은 빠른 효과를 나타나지만 부작용이 있다"며 "그것은 빠르게 욕망과 경쟁을 폭발시켰다. 불의 삶 때문에 오늘날의 사회 그늘과 갈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박범신은 "우리는 꿈만 보고 달려 엉덩이가 뜨거운지 몰랐다"며 "각자 자신의 꿈만 보고 달렸지만 우리는 자본주의 속에서 모두가 1등부터 꼴등까지 등수대로 일렬종대로 구분해 사회적 결핍이 심해졌다"고 현 사회갈등의 원인을 진단했다.

"계속 불처럼 살면 타 죽을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나타낸 박범신은 "참된 선진국이 되려면 생명의 원천인 물의 정신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커다란 구멍과 미세한 틈에도 흘러 들어와도 물의 표면은 항상 수평을 이루니 가장 민주적이고 위에서 아래로 흘러 낮은 자리를 다 채우니 소외가 없다"며 "모든 생명을 다 아우르고, 증발하고 다시 떨어져 한순간도 머물지 않아 역동적이다. 물의 전략을 받아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속 물의 삶을 설명한 박범신은 "우리는 생명의 근원인 물을 기반으로 한 삶의 원칙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 뒤 "자본주의적인 안락이 아닌 마음의 편안을 얻어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전했다.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한 방법에 대해 언급한 박범신은 "선진국은 경제적인 수치에 달린 게 아니다"며 "세속적 욕망을 일부 양보하더라도 더 인간답게 살려는 가치를 우선시해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욕망은 관성이 있어서 쉽게 양보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박범신은 "더 큰 집에 못 살고 남처럼 출세하지 못한 우리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용서해야 한다"며 "세상이 우리에게 주입해 준 원친이 아닌 내가 사는 방에 대한 기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남의 원친도 받아들어야만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