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씨는 1997년 남한으로 망명한 뒤 줄곧 북한 실정을 고발해왔으며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과 일본을 연달아 방문하는 등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지난해 5월 KAL기 폭파범인 김현희씨를 극비리에 만난데 이어 넉달 후에는 저서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발간하고 “만일 중국이 북한 통치집단과 동맹관계를 끊는다고 하면 북한의 붕괴가 곧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저서 발간 한달 후에는 북한민주화위원회 개소식에 참석, 북한이 헌법에서 ‘공산주의’를 삭제한데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공산주의에 대한 공부를 잘 안 해서 공산주의를 모르기 때문”이라고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지난 3월 말에는 미국을 비밀리에 방문,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3대 세습을 강도 높게 비난해 주목받았다. 당시 미국 전략문제연구소(CSIS) 초청 강연에서 황씨는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인 3남 김정은을 ‘놈’이라고 부르며 “그깟 놈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그깟 놈 알아서 뭐 하나”라고 평가절하했다. 방미 한 달 후에는 일본을 방문, 아사히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김일성 주석 시대보다 김정일의 독재 정도가 10배는 더 강하다”며 “북한은 나를 반역자라고 말하고 있지만 반역자는 국민을 굶어죽게 하고 있는 김정일”이라고 비난 수위를 한껏 높였다.
1997년 망명 이후 13년간 북한 지도부를 맹비난해온 황장엽씨는 줄곧 북한의 직·간접적 살해 위협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와 국가정보원은 지난 4월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고 탈북자로 위장해 남파된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 김모씨(36)와 동모씨(36)를 구속하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북한 김영철정찰총국장으로부터 “황장엽이 근래에 와서 수뇌부와 체제를 비난하는 도수가 지나치다. 민족의 반역자 황장엽을 처단하라”는 말과 함께 살해지령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찰총국은 황씨가 건강상의 이유로 자연사하기 전에 살해할 것을 강한 어조로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