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동안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 가치 상승)폭이 아시아 주요통화 가운데 가장 컸다. 자유로운 자본유출입에다가 환율전쟁의 틈바구니에 껴 환율 하락 압력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일 원·달러 기준환율은 지난달 10일보다 4.23%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아시아 주요국 통화의 미국 달러화 대비 하락폭은 싱가포르 달러화 2.77%, 태국 바트화 2.72%, 일본 엔화 2.60% 등 최대 2% 수준이었다. 미국의 환율 조정 압박에도 중국 위안화는 1.63%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0.75%)나 홍콩 달러화(0.15%)는 거의 하락하지 않았고,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는 오히려 0.24% 상승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중 고점과 대비해도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는 매우 가파른 것으로 분석된다. 원·달러 기준환율은 지난 6월11일 1,261.5원까지 올랐다가 4개월 만인 지난 11일 1,119.7원으로 11.24% 하락했다.
한은은 "이처럼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두드러지는 것은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우리나라의 환율 체제 때문"이라며 "지정학적 위험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환율제도 분류상 우리나라는 'free floating(자유변동환율제)'로 외어 있다. 환율 결정을 상당부분 시장에 맡긴다는 것이다. 환율 변동이 미미했던 동남아 주요국은 'floating(변동환율제)'로 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환율이 움직이는 건 예사일이지만, 문제는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큰 것"이라며 "최근 시장의 기대심리가 하락하는 쪽으로 쏠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요 선진국의 양적 완화 정책과 '환율 전쟁'의 틈바구니에 껴서 우리나라의 환율하락 압력이 작용하는 추세"라며 "미국과 주요 투자은행이 위안화 다음으로 가치가 저평가됐다고 생각하는게 원화인 만큼, 앞으로 원화 절상압력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와 국제결제은행이 지난 8월과 9월 발표한 '실질 실효환율지수(대내외 거시경제가 균형을 이루는 환율 수준)' 원·달러 환율은 10~11%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 로 나타났다.
지나친 쏠림을 방지하려면 당국의 인위적 간섭보다 간접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지난 2009년 1570원까지 기록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최근에는 1100원대를 기록하고 있어, 국제사회에 원화가 상당부분 절상됐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며 "직접적인 외환시장 개입보다는 단기 외화자금 억제, 외화건전성 제고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