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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준 혁신’ 대대적 물갈이로 ‘LG전자 부활’ 이끄나

LG전자가 연말 대규모 인사를 시작으로 ‘공격 경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구본준 부회장 체제로 바뀐 LG전자는 이를 계기로 부활의 신호탄을 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LG전자가 구본준 부회장 체제로 바뀌면서 후속으로 대규모 조직정비가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은 구 부회장의 취임 때부터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LG전자가 연말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미 윗선부터 하부조직까지 큰 규모의 '새판 짜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불과 한 달 전, 남용 전 부회장이 퇴진할 때만 해도 LG의 기업문화 상 대규모 해직사태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남용 전 부회장 시절 대거 영입된 LG전자의 'C(chief)레벨' 외국인 경영진부터 사실상 업무에서 손을 떼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그간의 관행을 과감히 깬 거센 인사 '후폭풍'이 불어 닥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현재 본사 외국인 경영진은 더모트 보든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부사장, 토머스 린튼 최고구매책임자(CPO) 부사장, 디디에 쉐네보 최고공급망책임자(CSCO) 부사장, 피터 스티클러 최고인사책임자(CHO) 부사장, 브래들리 갬빌 최고전략책임자(CSO) 부사장 등 5명이다.

다음 달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보든 부사장의 퇴진이 예상된다. 내년 초에 계약이 만료되는 린튼 부사장과 쉐네보 부사장 역시 재계약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6년과 7월에 각각 영입된 스티클러 부사장과 갬빌 부사장의 업무 역시 축소·통합되는 등 사실상 손을 뗄 것으로 전해졌다.

사업본부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미 교체된 TV와 휴대폰 외에도 HA사업본부, AC사업본부, BS사업본부의 수장이 교체될 것이라는 설이 업계에 파다하다.

실제 LG전자의 상징과도 같은 주요 가전 및 에어컨의 경우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경쟁업체에 사실상 따라잡힌 상황이다. 증권가에선 올 상반기 LG전자가 이 같은 부문에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물론 시장점유율도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어 올 하반기 적자가 예상된다는 어두운 전망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구본무 LG 회장이 12일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지금까지의 실적을 점검해 보니 몇몇 사업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 이번 달 말께로 예정된 컨센서스미팅에서 내부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달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의 수장으로 전격 입성하게 되자, 업계 전문가들은 최근 LG전자가 보여준 최악의 실적이 남용 부회장의 단기 성과주의가 만든 과오라며 '오너 경영자'의 복귀로 인해 큰 그림의 의사결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한 바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큰 그림' 초안이 될 이번 인사조치가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로 평가되는 LG전자의 부활 '신호탄'이 될 수 있다"며 "구 부회장이 중장기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성과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산업대전'에는 LG전자의 사업본부장이 아무도 참석하지 않아 윤부근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 권오현 반도체사업부장 사장 등 각 사업부문 수장들이 총출동한 삼성과 대조를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