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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발(發) 로비 의혹 불똥은 어디까지

검찰이 태광그룹의 큐릭스 인수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태광발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사정당국의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서부지검 형사 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부장검사 김영대)로부터 지난 4월 무혐의로 내사 종결된 큐릭스 인수 로비 의혹과 관련된 수사 자료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태광그룹 계열사인 티브로드는 지난 2008년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겸영을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 시행령이 개정될 당시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았다.

시행령 개정 이후 티브로드는 서울에 본거지를 둔 큐릭스의 지분 70%를 사들여 유선방송 최대 업체로 면모를 일신했다.

지난해 3월에는 태광그룹 관계자가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에게 성(性) 접대를 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으나 방통위는 이를 로비와 무관한 것으로 보고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를 승인해 눈총을 받았다.

이에 따라 사실상 개정된 방송법 시행령이 티브로드의 큐릭스 인수에 물꼬를 터 준 셈이라는 비난이 끊임없이 제기됐었다.

그간 검찰은 태광그룹에서 20년 이상 자금관리를 담당해 온 박명석(61) 대한화섬 회장 회장 등 그룹의 재무 관리와 관련된 전현직 인사들을 소환하는 등 비자금 조성 경위와 규모 파악에 대해 집중 조사를 벌여왔다.

검찰은 이호진(48) 태광그룹 회장의 어머니 이선애(82) 태광산업 상무가 비자금 조성 및 운용을 총괄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 상무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태광그룹측을 압박했다.

그 결과 태광그룹이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대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와 방송통신위원회보다 더 긴장하는 쪽은 정치권이다.

검찰은 현재 정치권 수사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먼저 들썩이고 있다.

특히 전·현 정권의 실세가 태광로비에 얽혀있다는 소문이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 나돌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최근 “2008년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관련된 사람들이 전부 밀양라인”이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21일 “박 원내대표가 언급한 밀양라인은 사실 티브로드가 큐릭스의 지분을 매입하기 시작한 2006년 당시 박 원내대표와 관계가 있다”고 맞불을 놓았다. 이같은 설전은 태광그룹이 정계에 형성한 적지 않은 인맥에 기인한다는 지적이다.

태광그룹은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던 이기택 한나라당 상임고문 등 여야 유력인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가 안팎에는 태광그룹이 그동안 여야에 두루 쌓은 우호세력이 적지 않고, 이들이 방송법 시행령이 바뀌는 과정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확인될 경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해 있다.

베일에 싸여있던 태광그룹에서 터져나온 로비의혹 수사가 현 정부들어 처음으로 게이트로 비화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뉴시스)